10. 그의 파라다이스

Love119: 나는 너의 가장 완벽한 지옥

by 상현달

연구소는 텅 비어 있었다. 마지막 남은 동료가 퇴근 인사를 건네고 방음문 너머로 사라진 지 한참이 지났지만, 하진은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아니, 일어날 이유가 없었다. 돌아갈 집은 더 이상 안식처가 아니었고, 만나고 싶은 친구는 이제 없었으며, 그녀를 걱정해주던 목소리도 모두 침묵했다. 연구소와 집. 그녀의 세상은 이제 이 두 곳의 감옥만이 전부였다.


그녀는 텅 빈 눈으로 자신의 모니터를 응시했다. 화면에는 그녀가 설계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녀의 것이 아닌 코드들이 복잡한 미로처럼 펼쳐져 있었다. 한 줄 한 줄, 그녀의 천재성과 자부심이 담겨 있던 코드들은 이제 강도운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한 도구가 되어버렸다. 그녀의 손으로 경쟁 팀의 시스템에 심은 백도어, 그녀를 무시했던 상사의 개인 정보를 빼내기 위해 만들었던 해킹 툴. 그녀의 재능은 오직 타인을 파괴하고 자신을 더 깊은 수렁으로 밀어 넣는 데에만 사용되고 있었다.


책상 위에는 그가 사다 놓은, 식어버린 커피가 놓여 있었다. 그녀가 좋아하지만 이제는 그 향기조차 느낄 수 없는 피스타치오 향 라떼. 한때 그의 세심함에 감동했던 자신이 어리석게 느껴져 헛웃음이 나왔다. 이 모든 것은 잘 짜인 각본의 일부였을 뿐이다.


노트북의 작은 녹색 불빛은 여전히 그녀를 감시하고 있었고, 스마트폰 화면에서는 동생의 안정적인 심박수가 기계적으로 깜박였다. 생명을 유지시켜주는 고마운 신호가, 이제는 그녀의 목에 채워진 가장 강력한 사슬이었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모든 위험이 차단되고, 모든 변수가 통제되며, 오직 그녀의 ‘안전’과 ‘안정’만을 위해 설계된 세계.

그가 그녀를 위해 만들어준 파라다이스.

단 한 줌의 혼돈도, 단 한 방울의 눈물도 허용되지 않는 곳.


하지만 그곳에는 기쁨도, 웃음도, 자유도 없었다.

그것은 낙원이 아니었다. 모든 것이 박제된, 아름답지만 차가운 무덤이었다.

하진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맞은편, 유리 벽 너머의 자기 자리에 앉아 있던 강도운이 그녀를 보며 웃고 있었다. 그는 일을 하는 척했지만, 그의 시선은 언제나 그녀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의 모니터에는 분명, 그녀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신의 지휘실’이 켜져 있을 터였다.


그는 입 모양으로 천천히 말했다. 소리 없는 그의 목소리가 유리 벽을 뚫고 그녀의 뇌리에 직접 박히는 것 같았다.


‘내 낙원에 온 걸 환영해, 하진아.’


그의 만족스러운 미소를 보는 순간.

그의 입 모양을 읽는 바로 그 찰나의 순간.

하진의 내면 가장 깊은 곳, 모든 것이 재가 되어버린 폐허 속에서, 아주 작고 차가운 불씨 하나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분노도, 슬픔도, 공포도 아니었다.

그 모든 감정을 집어삼키고 남은, 순도 100%의 증오. 그리고 죽음보다 더 차가운 생존 본능이었다.

그녀는 깨달았다.

이 낙원에서 탈출하는 유일한 방법은, 문을 열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문을 부수는 것도 아니었다.

이 낙원을 설계하고, 이 낙원을 지배하는 유일한 신.

그 신을, 내 손으로 직접 죽이는 것뿐이라는 것을.


그녀는 자신을 비추는 웹캠 렌즈를 똑바로 응시했다. 화면 너머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을 그와 눈을 맞추려는 듯이.

그리고, 그녀는 아주 희미하게, 거의 알아차릴 수 없을 만큼 미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것은 항복의 미소도, 체념의 미소도 아니었다.


‘그래, 너의 낙원에 와 있어. 하지만 이 낙원의 주인은, 곧 바뀌게 될 거야.’


그녀의 텅 빈 눈동자 깊은 곳에서, 새로운 운영체제가 조용히 부팅되고 있었다.

복수를 위한, 반격을 위한, 새로운 지옥을 창조하기 위한, 그녀만의 시스템이.

1부의 막이, 그렇게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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