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119: 나는 너의 가장 완벽한 지옥
그녀의 내면에서 복수의 씨앗이 싹트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강도운은 모르는 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알면서도 즐기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완벽하게 길들여진 줄 알았던 야생마의 눈빛 깊은 곳에서, 희미한 야성의 불꽃이 다시 타오르는 것을 발견한 조련사의 희열. 그는 이제 하진을 통제하는 것을 넘어, 그녀의 인간성 자체를 해체하는 새로운 놀이에 빠져들었다. 물리적인 협박과 기술적인 통제가 완벽하게 성공하자, 그는 이제 인간 감정의 영역이라는 미지의 대륙을 정복하려 했다.
어느 날 오후, 그는 자신의 모니터 너머에서 하진을 지켜보다가, 마치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떠오른 아이처럼 천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연구실 전체에 울려 퍼지는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그는 이제 1:1 메신저나 귓속말 같은 은밀한 방식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소유물이므로, 모두가 보는 앞에서 다루어도 된다는 과시였다.
“선배, 지금부터 웃으면서 우는 거예요.”
장난스럽고, 호기심이 가득한 톤이었다. 그의 제안은 이제 물리적인 위협을 넘어, 인간의 감정 체계 자체를 조롱하고 분해하려는 시도였다.
“뭐…?”
하진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주변의 다른 연구원들이 힐끗 그녀를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들은 이내 아무것도 듣지 못한 척 자신의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이 감옥의 법칙에, 방관 역시 생존의 일부가 된 지 오래였다.
“감정이라는 것도 결국엔 데이터의 조합일 뿐이잖아요.”
강도운의 목소리는 계속되었다. 그는 마치 흥미로운 과학 이론을 발표하는 학자 같았다.
“안면 근육의 특정 부위가 수축하고 이완하고, 눈물샘이 자극을 받아 염분을 포함한 액체를 배출하고. 웃음과 울음은 서로 다른 신호 체계지만, 선배 같은 천재라면 두 가지 상반된 신호를 동시에 몸에 보낼 수 있지 않아요? 뇌에서 출력되는 명령어를 몸이라는 하드웨어가 어떻게 구현하는지, 그 버그나 딜레이는 없는지, 한번 보고 싶어서요. 해봐요, 나의 피그말리온.”
그것은 순수한 지적 호기심을 가장한,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형태의 심리적 유희였다. 그는 그녀의 존엄성을 산 채로 해부하고 싶어 했다. 하진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저항해야 했다. 이 미친 명령에 굴복하는 순간, 그녀에게 남은 마지막 인간성마저 부정당하게 될 터였다.
하지만 그녀가 고개를 젓기도 전에, 강도운의 모니터 한편에 떠 있던 익숙한 그래프가 날카로운 경고음을 내며 붉게 변했다. 동생 유준의 심박수가 다시 한번 인질로 잡혔다. 저항의 대가는 즉각적이고 확실했다.
하진은 눈을 감았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가 여기서 무너지면, 동생의 심장도 멈춘다. 그녀의 내면에서 타오르던 복수의 불씨가 속삭였다.
‘견뎌. 배워. 그리고 기억해. 이 모든 수모를.’
결국 하진은 천천히 입꼬리를 경련하듯 끌어올렸다. 웃는 표정을 만들기 위해 뺨의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억지로 만들어진 미소는 가면처럼 기괴했다. 그 일그러진 미소 위로, 뜨거운 눈물 한 방울이 후드득 떨어졌다. 그리고 또 한 방울. 눈물은 멈추지 않고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웃고 있는데 눈물이 흐르고, 울고 있는데 입은 웃는 모습.
슬픔과 기쁨이 하나의 얼굴 위에서 뒤섞여 서로를 파괴하는 끔찍한 광경.
화면 너머, 스피커를 통해 강도운의 만족스러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렇지. 완벽해. 바로 그거야. 슬픔과 기쁨이 공존하는 얼굴. 모순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예술이지. 내 최고의 걸작이야.”
그는 이제 하진의 감정마저 자신의 장난감으로 삼기 시작했다. 그녀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다. 그의 명령어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데이터로 전송하는 정교한 기계 인형일 뿐이었다.
하진은 흐르는 눈물을 닦지 않았다. 억지로 지은 미소도 거두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웹캠 렌즈를 똑바로 응시했다. 이 굴욕적인 순간을, 이 수치스러운 자신의 얼굴을, 저 너머에서 황홀경에 빠져있을 그의 표정을, 하나도 빠짐없이 자신의 뇌리에, 자신의 영혼에 새겨 넣었다.
그가 지금 자신에게 가르쳐주고 있었다.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훗날, 자신이 그의 영혼을 파괴할 때 아주 유용하게 쓰일, 값비싼 교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