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내 손으로, 내 동생을

Love119: 나는 너의 가장 완벽한 지옥

by 상현달

윤지수에게 보낸 구조 요청의 처참한 실패는, 하진에게 남은 마지막 희망의 불씨마저 꺼뜨렸다. 그녀는 이제 완벽한 무저항 상태가 되었다. 텅 빈 눈동자, 감정이 제거된 목소리, 기계처럼 그의 명령을 수행하는 몸. 그녀는 강도운이 원하던 ‘완벽한 인형’ 그 자체처럼 보였다.


하지만 강도운은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하진의 영혼을 탐험하는 여정에서, 아직 제거되지 않은 마지막 불순물을 발견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녀의 가장 깊은 곳에 뿌리내린, 그녀를 인간으로 묶어두는 최후의 연결고리.


“선배, 이제 마지막 단계예요.”

어느 날, 그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부드럽게 흘러나왔다. 그 어느 때보다 다정하고, 마치 구원을 속삭이는 성직자처럼 숭고하게 들리기까지 했다.


“선배 안에 아직 남아있는 마지막 ‘인간성’을 제거해야 해요. 가족에 대한 애정. 그거 아주 불필요하고 비효율적인 버그거든. 그 버그를 제거해야만, 선배는 오직 나에게만 종속된, 완벽하고 순수한 존재로 다시 태어날 수 있어.”

하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그의 광기 어린 논리에, 이제는 어떤 감정도 솟아나지 않았다.


그는 하진에게 동생 유준의 개인 컴퓨터를 해킹하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유준이 지난 4년간 피와 땀으로 준비한, 건축학과 졸업 작품의 최종 설계도를 삭제하라는 것이었다. 유준의 꿈이자 미래, 그의 모든 것이 담긴 파일이었다. 동생을 인질로 삼아 협박하던 것을 넘어, 이제는 내 손으로 동생의 미래를 직접 파괴하게 만드는 것. 그것은 그녀의 마지막 남은 양심과 사랑마저 산산조각 내버리려는, 가장 악랄한 형태의 심리적 고문이었다.


“싫어... 이건 안 돼... 제발... 유준이한테 이러지 마...”

하진이 처음으로 애원했다. 그녀의 메마른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쏟아져 모니터 위로 뚝뚝 떨어졌다. 잊고 있던 감정, 동생을 향한 사랑과 보호 본능이 마지막 힘을 다해 저항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물은 그의 즐거움을 더할 뿐이었다.


“선배.”

강도운의 목소리가 얼음처럼 차갑게 변했다.


“선택해요.”

그의 모니터에 떠 있던 유준의 심박수 그래프가, 경고음조차 없이 수직으로 곤두박질쳤다.


Heart Rate: 195bpm (CRITICAL)


“동생의 ‘미래’를 지울 것인가, 동생의 ‘생명’을 지울 것인가.”

그것은 선택이 아니었다. 선택의 형식을 빌린, 가장 잔인한 사형 선고였다.


하진의 울음소리가 연구실에 울려 퍼졌다. 그녀는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화면 속에서 금방이라도 멈출 듯 가쁘게 뛰는 동생의 심장을 보자, 그녀는 결국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렸다.


그녀는 유준의 컴퓨터에 침투했다. 동생의 바탕화면에는 가족사진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졸업 작품 폴더를 찾아 들어갔다. 수천 개의 파일, 수만 개의 레이어. 동생의 꿈과 미래가, 희망과 땀방울이 담긴 데이터 덩어리.


그녀는 미친 사람처럼 파일을 삭제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손끝에서, 동생의 미래가 디지털 가루가 되어 사라지는 것을 눈물과 함께 지켜보았다.

마지막으로 윈도우의 무심한 질문 창이 떴다.


‘파일을 완전히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작업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하진은 더 이상 울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에서 모든 표정이 사라졌다.


그녀는 키보드의 엔터 키를, 마치 원수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듯, 강하게 내리쳤다.


...탁.


모든 것이 끝났다.


동생의 심박수는 다시 안정적인 그래프를 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하진의 심장은, 그 순간 영원히 멈춰버린 것 같았다.

그녀 안의 마지막 인간성이, 그렇게 그녀 자신의 손에 의해 살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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