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가장 완벽한 인형

Love119: 나는 너의 가장 완벽한 지옥

by 상현달

그날 이후, 하진은 변했다.

아니, 변한 것이 아니라 ‘최적화’되었다.


그녀의 세상에서 감정이라는 변수는 완전히 제거되었다. 슬픔도, 분노도, 두려움도, 심지어 동생을 향한 애틋함마저도 이제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의 내면은 텅 비어버렸고, 그 텅 빈 공간은 오직 하나의 목표, ‘생존’이라는 차가운 이성으로만 채워졌다. 그녀는 강도운의 모든 명령에 기계처럼 순응했다. 표정은 사라졌고, 목소리는 감정이 제거된 채 단조로운 톤을 유지했다.


강도운은 환호했다. 드디어 그의 ‘조련’이 끝났다고,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인형을 완성했다고 믿었다. 그는 자신의 새로운 창조물을 시험하는 데에 열중했다.


“하진, 웃어봐.”

그가 스피커를 통해 명령하면, 하진은 즉시 입꼬리를 올려 인공적인 미소를 지었다. 감정 없는 눈과 완벽한 대칭을 이루는 미소는 기괴했지만, 그는 그것을 ‘절제된 아름다움’이라 칭송했다.


“이제 그만 울어.”

그가 과거의 영상 자료를 보여주며 눈물을 흘리라고 명령했다가, 다시 멈추라고 했을 때, 그녀의 눈물은 거짓말처럼 멎었다. 감정의 수도꼭지를 완벽하게 통제하는 모습에, 그는 자신의 통제력이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착각했다.


그녀의 완벽한 복종은 그에게 새로운 유희거리를 제공했다. 그는 그녀에게 일부러 동료들 앞에서 자신을 모욕하는 말을 하게 시켰다가, 다시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하게 만들었다. 그녀가 아무런 감정의 동요 없이 그 모든 것을 수행할 때마다, 주변 사람들은 그녀를 미친 사람 혹은 감정이 없는 괴물처럼 쳐다보며 피했지만, 강도운은 자신의 작품을 보며 흡족해했다. 그는 그녀의 사회적 고립을 ‘불순물로부터의 정화’라고 불렀다.


그는 자신의 승리에 취해, 인형의 텅 빈 눈동자 깊은 곳에서 새로운 운영체제가 조용히, 하지만 무서운 속도로 부팅되고 있음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녀의 순응은 완벽한 위장이었다.

그녀의 무감각은 가장 강력한 방패였다.


그녀는 이제 그의 명령에 고통받지 않았다. 대신, 그의 모든 명령을 데이터로 수집하고 분석했다. 그의 심리적 패턴, 그의 공격 방식, 그의 목소리 톤 변화에 따른 감정 상태, 그가 사용하는 단어의 빈도수. 그녀는 자신을 괴롭히는 모든 것을, 훗날 그의 심장을 꿰뚫을 가장 날카로운 창을 벼리는 데 필요한 재료로 삼았다.


그녀는 그의 통제 아래 움직이는 척하며, 그의 시스템 가장 깊은 곳에 자신만의 공간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그가 ‘완벽한 인형’을 감상하며 방심한 틈을 타,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는 아주 작은 백도어를 만들고, 시스템의 아키텍처 정보를 한 조각씩 빼돌렸다. 마치 거대한 댐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매일 밤 바늘로 작은 구멍을 하나씩 뚫는 것과 같은 작업이었다.


강도운은 자신이 완벽한 지배자가 되었다고 믿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보다 더 뛰어난 괴물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키워내고 있는 어리석은 조련사에 불과했다.


게임의 규칙은 이미 바뀌고 있었다.

주도권은, 아주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넘어가고 있었다.

이전 16화15. 존엄의 장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