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지옥의 학습

Love119: 나는 너의 가장 완벽한 지옥

by 상현달

그녀의 정신은 죽지 않았다.


오히려 가장 깊은 곳에서, 그 어느 때보다 차갑고 명료하게 작동하기 시작했다. 감정이라는 비효율적인 노이즈가 제거된 그녀의 뇌는, 이제 이 지옥의 모든 것을 ‘학습’하기 위한 고성능 슈퍼컴퓨터가 되었다. 강도운이 가한 모든 고통과 굴욕은 더 이상 그녀를 파괴하지 못했다. 대신, 그것들은 복수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한 귀중한 데이터가 되어 차곡차곡 축적되었다.


그녀는 가해자의 모든 것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였다.

강도운이 선호하는 해킹 방식, 그가 즐겨 사용하는 시스템의 백도어 종류, 그의 심리 공격 패턴, 특정 상황에서 그가 내뱉는 단어의 선택, 심지어 그의 목소리 톤 변화에 따른 미세한 감정 상태까지. 그녀는 이 모든 것을 분석하고 분류하여, ‘강도운’이라는 인간을 구성하는 거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가장 중요한 학습 자료는 그의 ‘자만심’이었다. 그는 자신의 통제가 완벽하다고 믿었고, 하진이 완벽한 인형이 되었다고 확신했다. 바로 그 자만심이, 그의 시스템에 수많은 허점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하진은 그의 자만심을 역이용했다. 일부러 그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수준의 코딩 실력을 보여주며 사소한 오류를 남겨두면, 그는 자신의 ‘작품’이 이룬 성과에 취해 그 오류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어갔다. 그는 몰랐다. 그가 무시하고 지나친 그 사소한 오류 로그 파일 안에, 하진이 심어놓은 시스템 아키텍처 정보 탈취 코드가 숨어 있다는 것을. 그녀는 매일 밤, 강도운이라는 거대한 성벽의 설계도를, 그가 눈치채지 못하게 한 조각씩 빼돌리고 있었다.


그녀가 지옥의 가장 밑바닥에서 배운 것은, 단순히 생존 기술 그 이상이었다.

처음에는 고통과 공포에 떨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그 속의 패턴을 읽어내기 시작했다. 매 순간 자신을 압박하는 강도운의 말투, 표정, 행동 하나하나를 데이터로 변환하고, 그의 방어선을 가장 효율적으로 허물 방법을 치밀하게 계산했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인간의 약점이란 것이 얼마나 복잡하고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지를 깨달았다. 가장 강해 보이는 자라도 결코 완벽하지 않으며, 자만과 변덕, 분노와 슬픔 같은 복잡한 감정들이 결국 무수한 보안 허점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그녀는 그런 허점들을 연구했고, 그 허점 하나하나를 자신만의 무기로 벼리기 시작했다.


그녀에게 가해진 모든 고통은 이제 그녀를 단련시키는 연료가 되었다. 그리고 그 힘을 바탕으로, 그녀는 언젠가 도래할 복수의 그날을 기다렸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이미 그날의 완벽한 청사진이 펼쳐져 있었다.


게임의 규칙이 바뀌는 날,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되는 날.

그리고 그때가 오면, 강도운은 자신이 설계한 지옥의 새로운 주인이 아닌, 가장 비참한 수감자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꿈에도 알지 못했다.

그는 그저 자신의 완벽한 인형이 더욱 완벽해지고 있다고 착각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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