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순종의 연기

Love119: 나는 너의 가장 완벽한 지옥

by 상현달

하진의 순종은, 이제 가장 완벽한 ‘연기’가 되었다.

그녀는 더 이상 강도운의 명령을 기다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명령을 예측하고, 그가 명령을 내리기 전에 먼저 움직였다. 그의 통제에 길들여진 인형을 연기하면서, 동시에 그의 욕망을 한발 앞서 읽어내는 유능한 조련사가 되어가고 있었다. 마리오네트가 스스로 줄을 잡고 춤을 추기 시작한 것이다.

어느 날 아침, 하진은 그가 자리에 앉기도 전에 미리 아메리카노를 타서 그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텅 빈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감정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은 무엇을 파괴하시겠습니까, 주인님?”

그녀의 목소리는 지극히 순종적이었지만, 그 행동은 지극히 능동적이었다. 강도운은 순간 당황했다. 먹잇감이 사냥꾼의 의도를 먼저 읽어낸 듯한 기묘한 위화감. 하지만 그의 얼굴에 떠오른 당혹감은 이내 만족스러운 미소로 바뀌었다.

“선배가 이렇게까지 순종해 주니, 내 조련이 정말 성공한 것 같아 기쁘군.”

그는 자신의 통제력이 마침내 그녀의 자아를 완전히 대체했다고 믿었다. 그녀가 자신의 생각을 예측하고, 자신의 욕망을 먼저 읽어내는 것을, 자신의 위대한 승리의 증거라고 착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정교하게 설계된 함정이었다.

하진은 대담하게, 때로는 그가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그의 욕망을 충족시켜주었다. 강도운이 경쟁 팀의 프로젝트를 방해할 구실을 찾고 있을 때, 그녀는 먼저 그 프로젝트의 치명적인 보안 허점을 찾아내 보고서 형태로 정리하여 그의 모니터에 띄워놓았다.

“이것을 이용하면, 그들의 시스템을 완벽하게 파괴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해드릴까요, 주인님? 아니면, 이 약점을 이용해 그들을 협박하여 우리에게 유리한 조건을 받아내도록 할까요?”

그녀는 단순히 명령을 수행하는 것을 넘어, 이제 선택지를 제시하기 시작했다. 파괴의 방식과 시기,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득까지 분석하여 보고하는 유능한 부관처럼. 그녀의 목소리는 기계음처럼 일정했지만, 그 안에 담긴 전략은 누구보다 날카로웠다.

강도운은 처음에는 이 상황을 경계했다. 자신의 완벽한 지배 아래에서 누군가가 이렇게 능동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이 그의 통제 시나리오에는 없는 변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곧 그 경계심을 자만심으로 덮어버렸다. 이 모든 것이 자신의 위대한 조련이 낳은 산물이며, 그녀의 천재성이 이제 온전히 자신을 위해 쓰이고 있다고, 그 무엇도 이상할 것이 없다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그의 자만심은, 하진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했다.

그녀는 이제 그의 ‘신의 지휘실’을 관리하는 역할까지 자처했다. 그의 감시 시스템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거나, 인터페이스를 개선하는 등, 그의 통제를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어주었다. 물론, 그 모든 과정에서 그녀는 자신만이 알 수 있는 또 다른 비밀 통로를 시스템 곳곳에 심어놓았다.

그녀는 이제 자신의 ‘연기’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배우이자, 무대 뒤에서 조명과 음향을 조작하며 극의 흐름을 지배하는 연출가가 되어 있었다. 무대의 주인공인 강도운은 자신이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다고 믿었지만, 사실 그는 그녀가 짜놓은 각본 위에서 춤을 추고 있을 뿐이었다.

강도운은 몰랐다.

자신이 가장 신뢰하는 부관이, 사실은 자신의 목에 칼을 겨눌 기회만을 노리는 가장 위험한 암살자라는 것을.

그리고 그 칼날은, 이미 그의 목 바로 앞에 와 있다는 것을.

이 모든 것이, 거대한 역전극의 서막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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