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친구들’ 작가가 들려주는 책 이야기

[2장 내 취미는 그림 그리기_스케치북 편]

by 상현달

『수상한 친구들』 2장에 담긴, 나의 진짜 이야기


지난 1장 이야기에 이어, 오늘은 『수상한 친구들』 2장 <내 취미는 그림 그리기_스케치북 편>에 담긴 저의 진짜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이 챕터의 화자는 사람이 아닙니다. 바로 ‘스케치북’이죠.

말 못 하는 스케치북이 어떻게 아이의 마음을 대변할 수 있냐고요? 어쩌면 하얀 종이야말로, 우리가 세상에 하지 못한 말들을 가장 먼저 들어주는 존재이기 때문 아닐까요?

책 속의 한 구절과 함께, 그 안에 담긴 저의 이야기를 꺼내봅니다.


1. 그림을 잘 그리지 못했던 아이


사실 고백하자면, 저는 어릴 때 그림을 아주 잘 그리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미술 대회에 나가면 척척 상을 받아오는 그런 재능 있는 아이는 아니었죠.

하지만 ‘그리는 것’ 자체는 참 좋아했습니다.

말주변이 없던 어린 시절의 저에게, 하얀 도화지는 마음껏 떠들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거든요. 잘 그릴 필요도, 누군가에게 설명할 필요도 없었으니까요. 그저 연필이 가는 대로 끄적이다 보면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씩 풀리는 기분이었습니다.

저에게 그림은 ‘평가받아야 할 과제’가 아니라, 내 마음을 표현하는 가장 편안한 도구였습니다.


2. 재능과 자유 사이에서


저는 교육대학교에서 미술과였습니다. 일반 미대처럼 기교를 깊게 배우는 곳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곳에는 정말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들이 많더군요. 타고난 감각과 테크닉을 가진 동기들 사이에서, 때로는 제 실력이 초라하게 느껴져 힘들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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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시간은 저에게 중요한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기술적으로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자유롭게 그리고, 만들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예술이다.”

잘 그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내 생각’을 담아내는 것이었습니다. 비록 투박하더라도 흙을 만지고 붓을 들며 무언가를 만들어낼 때 느끼는 그 해방감. 그 자유로움이 저를 숨 쉬게 했습니다.


3. 세상과 소통하는 하얀 창문


책 속의 2장에서, 화자인 스케치북은 동철이가 그린 그림을 보며 이렇게 말합니다.

“집에 들어가려면 벽을 지나야 하는데 아무리 봐도 벽에 문이 없다. 꽉 막혀있다. (중략) 지금까지 내가 본 아이들은 창문을 그리거나 창문 너머로 보이는 물건이나 사람을 그렸다. 그런데 동철이 그림에는 창문이 없고, 집 안에 있는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 『수상한 친구들』 34~35쪽 중에서


겉으로는 ‘철판’이라 불릴 만큼 밝고 씩씩한 동철이지만, 스케치북 위에는 ‘문이 없는 집’을 그립니다. 말로는 다 할 수 없었던 외로움과 단절감이 그림을 통해 비로소 드러난 것이죠.

이건 제가 믿는 그림의 힘이기도 합니다.


저에게 그림은 꽉 막힌 벽에 문을 내고, 세상과 소통하게 해주는 하나의 ‘길’이었습니다. 백 마디 말보다 삐뚤빼뚤한 선 하나가 더 진실할 때가 있으니까요.

『수상한 친구들』 2장은 그림 실력을 뽐내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누군가의 마음을, 말이나 글이 아닌 ‘마음의 눈’으로 바라봐 주는 스케치북의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습니다.


여러분도 가끔은 하얀 종이 위에 마음 가는 대로 끄적여 보세요.

동철이가 그랬듯, 꽉 막힌 마음에 작은 창문 하나가 생길지도 모르니까요.

오늘, 당신의 스케치북에는 어떤 그림이 그려져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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