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친구들’ 작가가 들려주는 책 이야기

[4장 내 이름은 삼계탕_닭 편]

by 상현달

오늘 들려드릴 이야기는 『수상한 친구들』 4장 <내 이름은 삼계탕_닭 편>에 담긴 저의 진짜 기억입니다.


이 챕터의 화자는 독특하게도 ‘닭’입니다. 닭의 시선으로 바라본 한 가족의 식사 시간. 그 풍경 속에 제 인생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마지막 식사’의 기억을 담았습니다.

1. 월급날의 검은 비닐봉지


어린 시절, 어머니가 월급을 타시는 날이면 으레 손에 검은 비닐봉지가 들려 있었습니다. 현관문 너머로 들려오는 ‘바스락’ 소리만 들어도 입안에 침이 고였죠. 그 안에는 늘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통닭이 들어있었거든요.

그날도 저는 당연히 통닭일 거라 생각하며 봉지를 받아 들었습니다.

하지만 봉지 안에서 나온 것은 튀긴 닭이 아니라 붉은 속살의 생닭과 마늘, 그리고 한약재 뭉치였습니다.


“오늘은 우리 아들들 몸보신 좀 해야지.”


어머니는 펄펄 끓는 냄비 앞에서 비 오듯 땀을 흘리며 삼계탕을 끓이셨습니다. 좁은 부엌이 한약 냄새와 닭 익는 냄새로 가득 찼던 그날의 공기가 아직도 기억납니다.

삼계탕.png

2. 어머니의 거짓말


뽀얀 국물의 삼계탕이 상에 올랐습니다. 어머니는 닭다리 두 개를 툭 뜯어 형과 저의 그릇에 각각 놓아주셨습니다. 정작 당신의 그릇에는 퍽퍽한 살점 몇 개와 국물뿐이었죠.

“엄마는 안 드세요?”

“엄마는 간 보면서 이미 많이 집어 먹었어. 배부르니까 너희들 많이 먹어라.”

그때 저는 참 철이 없었습니다. 그 말이 진짜인 줄 알았거든요.

어머니에게 “한 입 드셔보세요”라는 말 한마디 권하지 않고, 그저 제 그릇을 비우기에만 바빴습니다. 땀을 닦으며 흐뭇하게 우리를 바라보시던 그 눈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때는 알지 못했습니다.

3. 마지막이 된 식사


그것이 어머니가 해주신 마지막 음식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다음 날 오전, 어머니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전날 밤, 아들들 먹이겠다고 땀 흘려 끓이신 그 뜨거운 국물이 채 식기도 전에 어머니는 우리 곁을 떠나셨습니다. 저는 평생을 후회했습니다. 그게 마지막인 줄 알았다면, 배부르다는 엄마의 거짓말을 믿는 척하지 말걸. 닭다리를 찢어 엄마 입에 먼저 넣어 드릴걸...


『수상한 친구들』 4장에서 삼계탕이 된 닭은 말합니다.

“엄마는 거짓말쟁이예요. 아들 먹이려고 자기는 먹지도 않았으면서 배부르다고 하잖아요.”


닭의 입을 빌려, 저는 그때 알아채지 못했던 어머니의 사랑을 뒤늦게 고백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지금도 저는 삼계탕을 볼 때면 목이 멥니다. 저에게 삼계탕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어머니의 마지막 온기이자 그리움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의 음식'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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