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친구들’ 작가가 들려주는 책 이야기
[5장 지각생 치고는 꽤 똑똑한데_무궁화반 김용현 편]
by
상현달
Feb 22. 2026
오늘 들려드릴 이야기는 『수상한 친구들』 5장 <지각생 치고는 꽤 똑똑한데_무궁화반 김용현 편>에 얽힌 제 어린 시절의 기억입니다.
이 챕터는 자폐 성향을 가진 친구 ‘용현이’가 직접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갑니다. 우리는 보통 그런 친구들을 관찰의 대상으로만 보지만, 이 장에서만큼은 용현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주체가 됩니다.
과연 용현이의 눈에 비친 세상, 그리고 저(동철)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1. 나의 짝꿍, 무궁화반 용현이
제가 다니던 주월 초등학교에는 ‘무궁화반’이라는 교실이 있었습니다. 지금의 특수학급(도움반)이지요. 4장의 주인공 용현이는 그곳에서 수업을 듣던 제 실제 짝꿍을 모델로 했습니다.
담임 선생님께서는 저를 용현이의 짝으로 정해주셨습니다. 제 역할은 매일 아침 1교시가 시작되기 전, 용현이 손을 잡고 무궁화반에 데려다주고, 수업이 끝나면 다시 우리 반으로 데려오는 것이었습니다.
매일 아침 그 친구의 손을 잡고 복도를 걷는 일. 그것이 저의 중요한 하루 일과였습니다.
2. 추격전, 그리고 ‘영구와 땡칠이’
용현이와의 등교가 늘 평화로웠던 건 아닙니다. 가끔 용현이는 무궁화반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피우거나, 갑자기 학교 밖으로 도망을 치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면 저와 특수반 선생님은 땀을 뻘뻘 흘리며 용현이를 잡으러 운동장을 가로질러야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잊지 못할 추억이지만, 그때는 혹여나 친구를 잃어버릴까 봐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모릅니다.
그래도 즐거운 기억이 더 많습니다. 당시 담임 선생님께서는 용현이와, 용현이를 챙겨주는 저와 친구 몇 명을 데리고 영화관 구경을 시켜주셨습니다. 그때 처음 봤던 영화가 전설의 코미디 <영구와 땡칠이>였습니다.
어두운 극장 안에서 우리와 똑같이 영화를 보며 웃던 용현이의 옆모습, 그날의 공기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3. “너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니?”
저는 용현이의 손을 잡고 걸을 때마다 늘 궁금했습니다.
‘용현이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할까?’
‘우리가 보는 이 세상을 용현이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때는 묻지 못했고, 들을 수도 없었던 그 마음의 소리를 작가가 되어 상상해 보았습니다. 그래서 4장은 철저하게 용현이의 입장에서 서술했습니다.
우리가 보기엔 그냥 멍하니 있거나 엉뚱한 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소설 속 용현이의 머릿속은 누구보다 논리적이고 바쁩니다.
‘내 사전에 지각이란 없다. 지각은 나태함이고, 나태함은 곧 성실하지 못한다는 말과 같기 때문이다. (중략) 저 친구는 지각생치고는 꽤 똑똑한데.’
- 『수상한 친구들』 본문 중에서 (용현이의 독백)
자신을 챙겨주는 저(동철)를 보며 오히려 “지각생치고는 똑똑하네”라고 평가하는 용현이의 속마음. 어쩌면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수상하고도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수상한 친구들』 4장은 타인의 시선이 아닌, 그 친구의 눈으로 세상을 다시 그려보고 싶었던 저의 시도입니다.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표현 방식이 다를 뿐, 그 안에는 그들만의 우주가 존재한다는 것을 독자 여러분께 꼭 전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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