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배 아파!”
늦은 밤 바깥에 있는 화장실에 가기가 싫었다
추운 바깥 공기도 싫었고, 오후에 친구들이 이야기 했던 그 귀신도 무서웠다
아픈 배를 움켜 쥐고 더 참고 싶었지만 “꾸르룩” 대던 배는 나를 가만두지 않았다
“그럼 엄마, 어디가지 말고 화장실 바깥에 있어!”
그렇게 엄마와의 화장실 동행이 시작되었다
비단 오늘만 있었던 일은 아니어서 뭐 하나 새삼스럽지만은 않았다
차가운 공기도, 내 뒤에 있을 것만 같은 그 귀신도 엄마가 있기에 무섭지 않았다
“엄마, 거기 있지?”
한 번, 두 번, 세 번, 무서움을 달래기 위해 그렇게 엄마를 불렀다
엄마가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불렀다
그래야 몸이 조금은 더 따뜻해졌고 나를 노력보고 있는 그 녀석들도 멀리 도망갈 것만 같았다
그렇게 나의 소풍 전 날 밤이 무르익어만 갔다
아파오던 배가 문제가 아니라 내일 소풍을 못가면 하는 마음이 더 컸다
여러 번 잠을 깨어 화장실을 갈 때 마다 그렇게 나는 엄마를 불렀다
화장실 문 밖에서 새벽까지 찬 이슬 맞으며 엄마도 그렇게 아침을 맞았다
편안해진 배 보다 더 기뻤던 것은 소풍을 갈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엄마가 싸 준 동그란 김밥을 등에 걸쳐 메고 그렇게 학교로 향했다
김밥 먹으며 친구들이랑 놀 수 있기에, 공부 안하는 날이기에 더욱 기뻤다
멀게만 느껴졌던 학교 가는 길이 이렇게 가까웠단 말인가?
돌돌 예쁘게 말아진 기름 좔좔 흐르는 엄마가 만든 김밥이 도시락 안에 놓여 있다
배 아파 잠든 아들 혹여 소풍 가서 김밥 못 먹을까 잠을 청하지 않은 엄마
찬 이슬 맞으며 화장실 문밖에서 보낸 시간이 아까운 것이 아니라
행여 우리 아들 더 아플까 걱정을 했단다
잠든 아들 얼굴 보고 슬며시 웃으며 총총 걸음으로 주방으로 간다
잠든 아들 달그락 소리에 깨면 안되니 조용조용 그릇 옮기며 재료를 준비한다
따스한 밥으로 김발에 돌돌 말아 시금치 올리고, 단무지 올리고, 우리 아들 좋아하는 쏘세지 올린다
차곡차곡 쌓아지는 김밥에 소풍 가서 맛있게 먹을 아들 생각하니 마냥 기쁘다
오늘 하루 잠은 청하지 못했어도 우리 아들 안 아프고,
우리 아들 맛있게 먹으니 더 좋은게 무어랴
이 몸 아프고 피곤한 것보다 우리 아들 김밥 한 줄이 더 중요한 건 모든 엄마의 마음이지 않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