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마의자 말고 게임

<데스 스트랜딩 2>의 코지마 히데오에 부쳐

by 재서기
<스내처>의 스샷. 이때부터 이름 넣는 걸 좋아했구나.

코지마 히데오란 게임 디렉터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건 머나먼 옛날 <스내처> 때부터였지만, 그땐 게임 잡지 속 스크린샷과 설명문으로 상상 플레이를 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던, 게임 콘솔을 갖지 못한 초등학생에 불과했었다.

당시 PS2의 퍼포먼스와 더불어 '차원이 다르다'라고 느끼긴 했다.

<메탈기어 솔리드 2>가 처음 플레이해본 그의 작품이었고, 그 뒤로 보유한 콘솔로 발매된 메기솔 시리즈들은 다 플레이해봤지만, 끝까지 클리어 한 건 PSP로 나온 카드 전략 장르 게임인 <메탈기어 애시드> 뿐이었다.

<메탈기어 애시드>


게임성은 인정하면서도 그의 작품을 끝까지 진득하게 플레이하지 못한 건, 전적으로 그의 연출 성향 때문이었다. 하고 싶은 말, 보여주고 싶은 거, 오마주하려는 거 다 때려넣고 클리셰로 범벅해 길게 늘어놓는 컷씬들이 너무 지루하게 느껴졌던 거다. 이젠 자학 요소로도 쓰이는, 오프닝부터 줄기차게 노출되는 'By Kojima Hideo'란 자막도 자의식 과잉 같았고.

오죽하면 이런 밈도 있다.


그랬었는데, 최근 처음으로 그의 스토리텔링을 즐기며 진득하게 끝까지 플레이한 작품이 있었다. 수십년간 몸담았던 회사로부터 뒤통수를 맞고, 커리어의 절반을 넘게 헌신한 '메탈기어' IP를 내려놓은 채 퇴사하고, 독립스튜디오를 차려 대출을 끌어 모아 만든 <데스 스트랜딩>이었다.


자기 이름 수십 번 때려 넣는 것도, 쌈마이와 진지함이 뒤섞인 연출 스타일도, 집중하든 말든 늘어놓는 컷씬 과잉도 여전했다. 그런데 그건 <메탈기어> 시리즈에서 보이던, 온갖 폼을 잡으며 캐릭터들에게 존재의의와 간지를 부여하려 애쓰던 그런 화법은 아니었다. 그때보다 훨씬 진중하고, 차분하고, 감정적이었다. 배달해야 할 무거운 상자를 짊어지고, 강도와 괴물에게 쫓기다 털썩 주저앉아, 그에게 다가오는 모든 이들에게 시니컬하게 대하는 주인공 '샘'의 모습이, 지쳐버린 당시 코지마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라고까지 말하면 좀 오버겠지만.

사실 겹쳐 보기엔 페이스 모델이 유명한 사람이라


어쨌든 <데스 스트랜딩>은 성공했고, 후속작 <데스 스트랜딩 2>가 발매됐다. 아직 끝까지 플레이하진 못했지만, 느낌을 말하자면 '친절해졌다.'

불합리하게 느껴졌던 요소들도 많이 정제됐고, 취향이 갈릴 수 있는 호러 요소도 많이 줄었으며, 무엇보다 컷씬이 간결해졌다! (심지어 컷씬이 언제 끝날지 표시해주는 기능도 생겼다.)

게임광고 글 아닙니다


점차 변해가는 그의 작품 스타일의 변화는 어쩌면 항상 쫓기며 자기 존재감을 내세워야만 했던 그에게 점차 '여유'라는 것이 생겼기 때문이 아닐까...하고 가늠해본다.


구글도 이렇게 말하네

셊곖쵮곲횞삾 안 거대 프랜차이즈를 맡아 안팎에서 밀려드는 압박을 이겨내며 흥행으로서 증명해 보여야 했던 <메탈기어> 시리즈 때와, 자신의 필드를 만드는 것까진 해냈지만 새 작품의 성패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자신이 떠맡아야 했던 <데스 스트랜딩> 때에 비하면, 어쩌면 그는 가장 행복하게 게임을 만들고 있지 않을까... 싶다. 그의 '팬'을 자처하며 페이스 모델링을 하려 그의 스튜디오를 찾아오는 유명 영화 감독들과 배우들과 함께, 그가 좋아하는 영화 이야기를 나누면서 말이다.

이 분이 이렇게 등장할 줄은 몰랐다.


<데스 스트랜딩 2>를 다 플레이하고 나면, 나도 진심으로 그의 팬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와서 <메탈기어> 시리즈의 엔딩을 보는 것까진 무리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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