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0문장' 감성에세이 그 아홉 번째
조선 숙종 때의 일이다. 평소 백성들의 삶에 관심이 많던 숙종이 평민 차림으로 지금의 과천 일대를 지나다가 물가에 어머니 묘를 쓰며 흐느끼는 한 청년을 보았다. 숙종이 다가가 “물가에 묘를 쓰다니, 그런 법이 어디 있느냐?”고 묻자 청년이 말했다.
“‘지관 갈처사’라는 분이 이곳이 명당이라고 꼭 여기에 쓰라고 하셨습니다.”
숙종은 가엾은 마음이 들어 청년에게 쌀 삼백 석과 장례비를 내려주곤, 지관 갈처사를 찾아가 “어찌 물가를 명당이라 속이느냐?”고 따졌다. 그러자 갈처사가 한숨을 쉬며 “쯧쯧, 알지도 못하면서 그곳은 장례를 치르기도 전에 쌀 삼백석이 나오는 명당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숙종은 놀라면서도 태연히 웃으며 “그렇게 명당을 잘 보는 사람이 어찌 이 산골 허름한 집에 사는가?” 물었다. 이번에는 갈처사가 눈을 반짝이며 “이곳은 왕께서 행차할 명당이라서요”라고 대답했다. 숙종이 박장대소하며 그에게 본인의 묏자리도 봐달라고 부탁했다.
숙종과 지관 갈처사의 만남처럼 뜻밖의 인연이 삶을 바꾼다는데, 여러분과의 만남도 그러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