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0문장' 감성에세이
장판에 새겨진 무늬를 손가락으로 따라 그렸다. 그러면 나만 아는 새로운 세상에 온 것처럼,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건 딴생각하기에 아주 좋은 방법이었다.
물론 고개는 최대한 푹 숙이고, 대답해야 할 때를 절대 놓치지 않아야 했다.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를 내야 정말 반성하고 있음을 보여줄 수 있었다. 그게 진심이든 아니든 지금 중요한 건 이 순간에서 최대한 빨리 벗어나는 것뿐이었다.
진짜 마법처럼, 그렇게만 하면 어느새 끝이 났다. 화가 잔뜩 났던 부모님이 마침내 말했다.
“나가서 네 할 일 해.”
그 분야 전문가인 나는, 딸에게 절대 속지 않을 줄 알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