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와 스마트폰

'딱 10문장' 감성에세이 그 두 번째

by 김남원


1996년, 삐삐(무선호출기)를 처음 가졌다. 누군가에게 호출이 오면 하늘을 나는 것처럼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종일 허리춤에 찬 삐삐를 들여다보면서 음성녹음과 의미 있는 숫자들 ‘8282’(빨리빨리), ‘7942’(친구사이), ‘012486’(영원히사랑해)이 나를 찾아오기를 두 손 모아 소망했다.


이듬해, 핸드폰이 생기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스마트폰이 등장했다. 스마트폰은 별천지 같았는데, 터치 몇 번으로 안 되는 게 없는 신세계를 내 눈앞에 보여줬기 때문이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심심하거나 정보를 몰라서 불편을 겪는 일은 없을 것 같아 무척이나 신났다. 그 유능함과 편리함이 주는 달콤함이 얼마나 매력적이었는지 삐삐를 매몰차게 배신하고 2G, 3G 핸드폰을 거쳐 스마트폰으로 갈아탔다.


그런데 가끔, “호출하신 분” 애타게 찾던 그때 그 감성이 그립다. 왠지 모를 그 가슴 아픔은 내가 매몰차게 배신한 삐삐가 준 벌인지도 모른다. 여러분도 그 배신의 대가를 치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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