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을 삼켜버린 고래

'딱 10문장' 감성에세이 그 세 번째

by 김남원

“어머니, 아무래도 아이에게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초등학생 아들을 둔 엄마에게 심리상담실에서 전화가 왔다. 미술치료 하면서 “그리고 싶은 것을 마음껏 그려”라고 했더니 까만색 크레파스로 도화지를 온통 칠해놨다는 것이었다.


그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세상 밝고 순수한 얼굴을 한 아들이 집에 들어섰다. 기다렸다는 듯이 독사의 눈을 뜨고, 가시 박힌 말을 쏟아냈다. “너 제정신이야! 도대체 상담실에서 무슨 짓을 한 거야?” 자초지종은 안중에도 없었고, 무작정 아들만 때려잡았다.


꺼이꺼이 서럽게 울면서 닭똥 같은 눈물만 떨구던 아들이 힘겹게 입술을 열고 말했다.

“나는 고래가 그리고 싶었어! 내가 그리고 싶은 고래는 너무너무 큰데 도화지가 작아서 다 그려 넣을 수가 없었던 거야!”


편견을 삼켜버린 고래가 없었다면, 그 창의적인 아이를 문제아로 만들 뻔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삐삐와 스마트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