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BUNI Oct 27. 2015

결혼, 육아

하고싶지만.. 자신이 없어졌다.

우리 회사에는 결혼한 사람이 많다.

대부분 어린 자녀를 둔 분들인데, 최근 워킹맘 두 분도 새로 팀에 합류했다.


그런데 난,

워킹맘과 워킹대디의 이야기를 들으며

점점 결혼도,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도 자신이 없어졌다.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엄마, 아빠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이십대 후반부터 오십대에 은퇴를 하기까지의 수입은 얼마일까?' 궁금해졌다. 금액으로 단순 계산을 해보니 꽤나 큰 돈이 되었다.


그 중, 자신을 위해서 쓰는 돈은 얼마나 될까. 거의 없었다.


평생동안 그렇게 힘들게 일해서 돈을 벌어도 나 자신을 위해서 돈을 쓰지 못하는 구나.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이런 삶이 과연 나에게 어떤 의미를 줄 수 있을까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리고 지금.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

하지만 결혼을 할 자신도, 아이를 낳아 키울 자신도 없다.


그 비싼 등록금을 내고 좋은 대학을 다녔지만, 취직은 쉽지 않았다.


겨우 구한  일자리는 2년차인 내가 받는 돈이 한 달에 이백. 그마저도 연금으로, 세금으로 빠져나가고 나면 남은 돈으로 식비, 교통비, 적금으로 하기에도 빠듯했다.


교통비를 줄이려 정기권도 끊고, 식비를 줄이기 위해 점심을 간단하게 해결해도 더 모을 수 있는 돈은 얼마 되지 않았다.


남들처럼 쇼핑을 하러 다닌것도 아니다. 하지만 돈은 쉽게 모이지 않았다.


내가 결혼을 할 수 있을까?


우스갯소리로 '우리 결혼하고 각자 부모님 밑에서 살까?' 라고도 해본 적이 있다.

농담 반 이었지만, 진담도 반 이었다.


어디에서 살아야 하지, 우리가 살 집은 있는 걸까?

2년 새에 전세금 6,000을 올려달라는 주인의 말에 이사를 계획하고 있다는 직원분의 말을 듣고 더 막막해졌다.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을까?


아이를 키우려면, 돈을 같이 벌어야 할텐데...

그런데 아이에게 사랑도 많이 주고 제대로 키우려면 세 살 되기 전까지는 엄마가 봐줘야 한다던데...

모순되는 이런 상황.


그래서였다.


'결혼해도 아이 낳지말고 그냥 우리 둘이 재밌게 행복하게, 돈 걱정 없이 살면 알될까?'

내가 이렇게 이야기를 하게 된 것도.


처음에는 반대하던 남자친구도

진지하게 고민해보더니 '그것도 괜찮을 것 같아.' 라고 대답을 하게 된 것도.


어쩌다 이렇게

그냥 평범하게 사는 것 조차도 고민을 해야하게 된 것일까?

매거진의 이전글 갑과 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