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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BUNI Sep 07. 2017

마라톤1

FINISH 라인이 보일 때의 짜릿함, 낯선 이로부터 받은 응원의 감동

나는 돈 주고 고생을 사서 한다. 국토대장정이 그러했고, 올해 두 번의 마라톤이 그러했다. 누군가에겐 무모한 짓, 뻘짓, 돈 아까운 짓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그럼에도 나는 계속해서 내 돈주고 고생을 사서 할 것이다.


멋 모르고 시작한 첫 번째 마라톤


올해 4월, 12KM 마라톤에 처음 참가했다. 실은 결제해놓고도 취소할까 한참을 망설였는데, 취소 기한을 잘못 알아서 ^^; 마라톤을 나가라는 신의 계시라 받아들였다.


나는 원래 뛰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다. 달리고 나서 숨이 찬 그 느낌이 싫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번은 도전해보고 싶었다. 궁금했기 때문이다. 왜 마라톤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인지.


마라톤은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시간


마라톤 시작을 알리는 총성과 함께 모두 달려나갔다. 나는 트레드밀에서 평소 천천히 달리기 연습을 해왔던 터라 천천히 달렸는데 다른 사람들은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초조해졌다. 꼴찌만 하지 않기를 바랬는데, 꼴찌가 내가 될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했다.


시작한지 2KM 가량 되었을 때, 오르막길이 나타났다. 이 지점부터 하나 둘, 걷는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때 걷지만 않는다면 되겠다 싶었으나 머지않아 나도 걸을 수밖에 없었다. 평지가 아닌 오르막길을 달린다는 것은 꽤나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정말 무서운 것은 지금부터였다.


다리가 아픈 것도 아닌데, 숨이 찬 것도 아닌데, 한 번 걷기 시작하니 뛰고 싶지가 않았다. 심지어 나는 걸음이 꽤 빠른 편이어서 빠르게 걸으면 천천히 뛰는 속도와 비슷했기 때문에 더욱 더 뛰고 싶지가 않았다. 뛰러 온 마라톤에서 걷기의 유혹을 느꼈다.


걷다가 몇 키로를 나타내는 표지판이 보이면 뛰고, 걷다가 표지판이 보이면 뛰고... 이 과정이 반복되었다.


제한시간 내에 완주했다는 안도감,

그리고 낯선 이로부터 받았던 응원의 감동


10KM가 지난 후, 또 다시 오르막길이 시작되었다. 오르막길 시작 전 포카리를 먹은 것이 잘못되었는지 옆구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함께 뛰던 남자친구에게 이끌려 겨우 오르막길을 갈 수 있었고, 이미 제한시간 내 완주는 글렀다고 생각했다. (제한시간 내 완주하면 메달을 받을 수 있다고 하여, 첫 마라톤 목표를 완주-메달받기로 정했었다)


그렇게 12KM 마지막 지점을 향했다.


저 멀리 FINISH 라인이 보이고, 시계가 보였다. 아직 시간이 남아있었다. 저기까지만 가면 끝이다, 조금만 더!!! 를 외치며 달렸다.


하나 둘, FINISH 라인 주변에서 응원하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먼저 완주한 것 같아 보이는 그 사람들은 마지막까지 달리는 사람들을 향해 박수를 치고, 환호를 보내며 응원했다. 마치 나를 응원해주는 것 같았다. 12KM를 어떻게 뛰었는지, 걸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다만 그 순간,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고 여태껏 경험하지 못했던 따뜻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아, 이래서 마라톤을 하는구나.'



첫 번째 마라톤을 한 뒤, 나는 두 번다시 마라톤을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나는 또 다시 마라톤 접수를 하였고 지난 주말 두 번째 마라톤을 완주하였다. 멋모르고 도전했던 첫 번째 마라톤과 두 번째 마라톤은 차이가 있었다. 두 번째 마라톤은 다음 편에서 이어가려고 한다. 


내 돈주고 사서 하는 고생도, 꽤나 해볼 만 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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