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엄마의 사랑 표현방식
우리 엄마에게 달력은 가장 좋은 수첩이다.
가족들 생일부터 챙겨야 할 특별한 날짜들을 표시하기에도 가장 좋으면서 간단한 메모도 해놓을 수 있으니 최고의 수첩인 셈. 나와 동생은 신년이 되면 예쁜 다이어리를 사지만, 엄마는 항상 달력으로 대신했다. 주로 아빠나 내가 가져온 회사 달력으로.
그런 엄마가 달력에다가 몇달 전부터 필기를 하기 시작했다.
집밥 백선생에 나오는 레시피를.
나는 그런 엄마를 보며 말했다.
"스마트폰으로 검색만 하면 다 나오는데, 왜 굳이 일삼아서 필기를 해. 힘들잖아."
하나라도 놓칠까봐 조마조마하면서 필기를 하는 엄마가 조금은 답답해 보이기도 했다. 포탈사이트에서 '백선생+요리이름 이렇게 검색해도 5초만에 나올 것을. 역시 어른들은 어쩔 수 없나보다.'하면서 그냥 지나쳤다.
그렇게 한 달, 두 달이 지났다.
어제 저녁 우연히 엄마의 달력을 다시 보게 되었는데 골프선수 사진이 있는 달력 면에 글씨가 빼곡하게 차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동안 요리프로그램을 보면서 재료, 요리방법을 적어두고 계셨던 모양이다. 어쩐지 퇴근하고 집에 갈 때마다 맛있는 음식이 있어서 "왜 다이어트 하려고 마음먹었는데 계속 맛있는걸 해두는거야!"라고 투정을 부렸는데 텔레비전에서 보셨던 요리들을 하나, 둘 직접 해주셨던 것 같다.
나도 모르게 그 달력을 보고 있자니 코끝이 찡해졌다.
요리프로그램을 볼 때 학생처럼 펜과 달력을 들고 열심히 메모하는 엄마의 모습이 답답해 보였는데, '이게 엄마의 사랑 표현방식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미안하고 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고맙습니다.
사랑해요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