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현금 비중? 고정비/변동비? A to Z 다 알려드림!
예산에 대한 부분은 사실 여행자 본인의 상황에 따라서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분들을 위해 예산에 대한 부분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선 크게 남미 왕복 항공권, 남미 내 이동 교통편(항공, 버스, 기차 등), 숙박, 관광 이 4가지를 먼저 짜고 나면 큰 비용은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오고, 이를 통해 전체 예산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 남미 왕복 항공권은 여행 계획 중 가장 먼저 거쳐야 할 관문이고, 결제하는 시점의 물가나 환율 그리고 경유 횟수와 경로에 따라 금액이 달라질 것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2회 이상 경유할 경우 100만 원 내외로 저렴하게 항공권 구매가 가능했다고는 하는데, 최근에는 유가와 남미 국가들의 물가가 많이 올라서 그 정도로 저렴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내 경우 왕복 1인 이코노미 좌석을 100만 원 후반대 금액으로 끊었고, 실제 여행 중 만난 이들에게서 직접 들은 바에 의하면 100만 원 중반에서 200만 원 내외로 대부분 끊는 것 같았다.(2회 경유로 매우 고생하면서 왔는데.. 덜 고생하고 비슷한 금액으로 온 분들도 많았다)
두 번째! 남미 내 이동 교통편의 경우, 장거리 이동 시의 동선 위주로 먼저 계획을 짜면 된다. 남미 도로가 한국처럼 잘 닦여있지 않기에, 먼 거리 이동은 버스보단 항공편을 추천한다. 가령 칠레 산티아고에서 푸에르토 나탈레스 혹은 푸에르토 나탈레스에서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 이동한다면, 세로로 매우 긴 여정이기 때문에 체력이나 시간을 고려할 때 항공편 이동이 훨씬 효율적이다. 이러한 장거리 이동은 미리 예약해 두면 비교적 저렴하게 끊을 수 있고, 임박하면 더 비싸지거나 원하는 일정에 자리가 없을 수 있으니 사전에 예약하는 걸 추천한다.
남미 여행의 경우 다른 여행과 달리 변동 가능성이 높아 이동 교통편은 가능한 일정 변경을 할 수 있는 옵션으로 예약하길 추천한다. 버스 이동의 경우 전날이나 당일 예약도 가능하기 때문에 미리부터 꼭 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성향에 따라 선택적으로 준비하면 것 같다. 나의 경우 미리 준비를 해야 안심이 되는 타입이라 굵직한 이동 편은 대부분 예약을 해두었는데, 부득이한 일정 변경으로 아예 날리거나 변경에 대한 추가금을 지불한 경우가 더러 있었다.
남미로 가는 항공편 외에도 남미 내부 이동 항공편에 약 1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들었고, 이는 일정 변경 등의 사유로 부득이하게 비용이 발생한 것들도 포함된 금액이다. 남미 내 항공편이 생각보다 저렴하지 않지만, 컨디션과 최상의 상태로 여행을 즐기기 위해 위해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남미는 우리가 생각하는 도시 간 이동의 개념을 넘어, 지역 간의 거리가 꽤나 있는 편이다 보니 만만하게 보고 육로로 이동하는 것은 지양하는 게 좋을 듯하다.(체력뿐 아니라 안전/보안 이슈도 크다)
세 번째! 숙박 일정의 경우 새로운 곳에 도착하는 첫날은 가능한 예약하길 권장하며, 혹시 모를 일정 변동에 대비하여 취소나 변경이 가능한 옵션을 선택하길 추천한다. 남미 여행은 특히나 다른 여행에 비해 변수가 많기 때문에 언제든 대비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두면 좋다. 나 또한 이를 이미 알고 대비를 했음에도 일부 날리거나 취소한 경우도 있었다. 어쩌면 남미 여행은 오히려 즉흥으로 가는 게 나을까 싶기도 했지만 그래도 도시의 첫 일정만큼은 예약하는 게 안전할듯하다.
나의 경우에도 도착 이후의 날들이나 어느 지역을 떠나기 전 일정이 애매한 경우엔 숙박 일정을 비워두었고, 더 있고 싶으면 원래 숙소를 연장하거나 맘에 들지 않으면 새 숙소를 예약하는 방법으로 지냈다. 한 달간 반반의 비율로 호스텔과 싱글룸을 번갈아 이용했고, 총숙박비는 70-80만 원가량 들었다. 숙소에 대한 높은 기준은 없었기에 적당한 곳에서 묵었고 예상보다 숙소에는 큰 비용이 들지 않았다(종종 둘 이상 묵을 수 있는 숙소였기에, 누군가와 같이 갔다면 더 절약할 수 있었을 것이다). 추가로 숙소가 호텔이 아닌 호스텔이나 에어비엔비일 경우, 가보기 전까지 숙소 컨디션은 잘 알 수 없기 때문에 숙박 계획은 다른 카테고리보다 유동적으로 잡아두는 것을 추천한다.
막간의 Tip!
너무 당연한 말일 수 있지만 도시 간 혹은 국가 간 이동 시에는 이동 경로나 방법을 꼼꼼히 알아보고 준비한 대로 움직이는 것을 추천한다. 먼 거리를 이동하느라 정신없을 확률이 높고, 처음 도착한 낯선 곳에서 인터넷이 잘 터지지 않거나 길을 헤맨다면 매우 당황스러운 상황이 펼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늦어도 전날에는 자세한 이동 경로를 미리미리 숙지하길 바란다. (일정이 피곤하다 보니 그대로 잠들어버려서 제대로 못 알아봤던 몇 번의 경험들로 고생했던 기억에서 우러난 조언입니다)
마지막! 남미 여행 관광 예약을 한다면 모레노 빙하투어나 마추픽추, 탱고 공연 등이 있을 것이다. 사실 미리 하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뭐든 다 해놓을 수 있지만, 인원 제한으로 조기 마감될 수 있는 빙하 투어 외에는 미리 예약하는 것을 권장하진 않는다. 여러 차례 언급했듯 남미 여행은 다른 여행과 달리 여행자의 컨디션이나 기후 상황 등 여라 다양한 이유로 변동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굵직한 관광 상품 또한 미리 예약했다가 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현지에 도착하면 여행사가 여럿 있고 당일에도 인원 추가가 가능하며, 숙소에서도 저렴하게 연결해주기도 한다. 또 우연히 여행지에서 만난 이들의 추천으로 동행하게 될 수도 있기에 관광에 대한 부분은 여유롭게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나의 경우 관광에는 비용을 아끼지 않는 타입인데 숙소비와 비슷하게 70-80 만원 가량 비용이 들었고, 딱 하고 싶은 것들만 했기에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은 적절한 금액을 썼다고 생각한다.
이 네 가지를 고려하여 대략적인 예산을 짰다면, 다음으로 현금과 카드의 비중을 정하면 좋다. 이 부분은 특히 나 더 정답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성향을 고려하여 준비하면 된다. 만약 현금이나 중요한 물건을 잘 지킬 자신이 없다면, 현금 비중을 최소화해서 초반에 필요한 만큼만 최소한으로 가져가고 해외 결제 가능한 카드를 사용하면 될 것이다. 반대로 현금을 잘 챙길 수 있다면 어느 정도 비중은 달러로 미리 챙겨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남미도 현지 식당이나 시장 같은 전통적인 공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카드 결제가 잘 되고, atm에서 바로 달러를 뽑아 환전하는 것도 가능하니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본인 성향이나 상황에 맞게 선택하는 것이 곧 정답이다.
내 경우를 예시로 들자면 800불 정도를 환전하여 전체 여정의 절반 정도까지 안배해서 썼고(꼭 필요한 경우에만 현금 사용하고 나머지는 카드 결제), 여행이 절반 이상 넘어갔을 때부터는 atm에서 필요한 만큼 현금을 뽑아 사용했다. 가져온 현금이 떨어지기 전까지 적지 않은 금액을 계속 지니고 다녔기 때문에 불안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달러를 뽑는 등의 수고와 시간을 절약했기 때문에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카드 위주로 쓸 계획이더라도 간혹 카드 결제가 불가한 상점이나 식당, 티켓 발권소 등이 있기에 하루에 쓸 만큼 적절한 금액의 현금을 소지하는 것은 여행자의 기본 준비 사항인 점을 기억하길 바란다.
결론적으로 나는 30일 동안의 장기 여행을 하는 동안 항공, 숙박, 교통, 관광, 식대, 기타 모든 비용을 합산하여 약 700만 원 초·중반대의 금액을 썼다. 여행 전 700~800만 원 정도를 쓸 것 같다는 예상 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금액이었다. 식비와 기념품 쇼핑에 아끼지 않는 타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다른 여행자의 경우 이보다 더 절약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여행은 여행답게, 나답게 하는 것이 정답이므로 너무 남들 하는 것에 크게 신경 쓰거나 스트레스받지 말고 내가 즐거운 방향으로 예산을 계획하고 준비하기를 바란다.
[30일의 남미 여행 경비 요약]
왕복 항공권: 180만 원 선
남미 내 항공편: 90~ 100만 원 선
숙박: 70~ 80만 원 선
교통비(기차, 버스, 우버 등): 60~70만 원 선
관광(마추픽추, 우유니, 빙하 투어 등): 70~ 80만 원 선
식대: 100~ 110만 원 선
기타(기념품, 의류, 잡화 등): 40~ 50만 원 선
총 계: 700~ 750만 원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