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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별무슨별 Sep 05. 2023

해발 5,435m 차깔따야 산 정상에 서다!

볼리비아 라파스 마지막 날, 라파스 주요 명물 투어 후기! (+달의 계곡

라파스에서의 대망의 날 투어날이 밝았다. 어제 미리 예약 신청해 둔 투어를 마치고 나면 숙소에 돌아와 채비를 하고 밤버스로 우유니로 향하는 꽉 찬 일정이 있는 하루였다. 원래대로였다면 이 투어는 어제 했었어야 했지만, 마지막 날에라도 기억에 남을 만한 투어를 할 수 있음에 감사하기로 했다.


오전 8:30쯤 숙소 앞으로 온 픽업 차량에 탑승했고, 중간에 잠시 동네 시장에 들러 간식거리 구입 & 화장실을 해결하고 본격적으로 투어가 시작됐다. (숙소에서 화장실을 다녀왔더라도 해외 여행지는 한국처럼 화장실이 잘 갖춰져 있지 않으니, 기회가 있을 때마다 화장실 가기를 추천한다.) 투어 차량은 한 시간을 내리 가파른 경사의 거친 돌길을 오르고 올라 차깔따야 산의 중턱쯤에 이르렀다. 라파스 시내가 해발 3,600m 라면, 차깔따야 산 중턱은 4,500m가 훌쩍 넘는다고 했다.




출발할 때의 날은 그냥 흐린 정도였는데 산에 오니 기온이 더 떨어져서 쌀쌀한 데다 비도 부슬부슬 왔고 바람도 무척 거셌다. 서늘한 공기와 자욱한 안개 때문인지 지구의 어느 생경한 풍경에 나를 덩그러니 떨궈 놓은 듯한 기분이었다. 추위에 약한 나는 잠깐동안 빠르게 풍경을 구경하고 기록차 사진 몇 장 찍고 바로 차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또 바로 출발하여, 끝이 없는 것처럼 산을 오르고 또 올랐다.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바퀴 바로 아래가 낭떠러지였다. 웬만해서는 겁이 없는 나조차도 까딱 잘못하면 순식간에 저세상으로 갈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렇게 불안에 떨면서 대체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싶었는데, 차로 갈 수 있는 끝까지 오고 나니 세상이 온통 하얀색이었다.


그리고 이때 투어사는 왜 옷차림에 대한 그 어떤 사전 안내도 없었을까 의문이 들었다. 추위에 약해서 자발적으로 4겹의 상의를 입고 오긴 했지만, 하체는 청바지 달랑 한 장이었다. 외투 중 모자 달린 등산용 바람막이가 하나 있었으니 망정이지, 이 외투가 없었으면 진작 동상에 걸리거나 저체온증이 왔을지도 모르겠다. 전혀 안내받지 못했지만 결론적으로는 단디 입고 왔으니, ‘맞다, 남미는 원래 이런 곳이었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기로 했다.


오전 10:40 경 도착한 차로 끝까지 온 그 지점은 이미 해발 5,000m 이상이었고, 눈앞에 정상이 가깝게 보였다. 고도가 정말 높아서 그만큼 공기가 희박하다는 게 몸으로 느껴졌다. 가이드는 절대로 무리하지 말고, 가능한 천천히 움직이고 호흡을 깊게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지팡이를 하나씩 쥐어 줬을 땐 ‘뭐 이런 걸 다 준담’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는 또 하나의 다리와도 같은 큰 역할을 해주었다.


5분이면 가겠다 싶었던 코앞의 정상 지점은 5걸음만 가도 숨이 차는 바람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고산지대가 아니었다면 정말 5분도 안 걸릴, 눈앞에 닿을 거리였으나 30분 이상 소요되었던 것 같다) 그렇게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잠시 쉬고를 무한정 반복하고 나니 첫 번째 포인트에 도착했다. 그곳은 5,400m 정도라고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너머에 보이는 두 번째이자 마지막 봉우리까지 올라가면 비로소 이 ‘차깔따야 산'의 정상인 5,435m에 도달할 수 있다고 했다. 고작 35m 차이인데 안 가도 되지 않을까 생각도 했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그래도 끝까지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한 번 더 봉우리에 오르기로 결심했다. (첫 번째 포인트에서 살짝 내려갔다가 다시 오르는 루트여서 높이는 35m였지만 거리는 그보다 훨씬 길었다)



그렇게 두 번째 봉우리를 한 번 더 올랐고, 출발하자마자 왜 내가 이 고생하는 루트를 한번 더 간다고 했을까 잠시 후회를 했다. 하지만 묵묵히 호흡을 고르고 고지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니 어느새 두 번째 포인트에 도착해 있었다! 마침내 인생 최고 해발고도인 5,435m에 도착했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그리고 이 희박한 공기층에 와서야 비로소 숨을 쉰다는 것이 몸의 여러 메커니즘이 얽혀있는 고귀한 움직임이라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사방이 온통 하얀 눈으로 둘러싸인 풍경이었다. 거친 바람 위로 희미한 알갱이의 눈송이가 흩날리는 옅은 눈보라가 일었다. 그 상황 자체가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내가 진짜 지금 이 지점에 두 발로 서있는 게 맞나? 꿈은 아닐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곳엔 5,435라고 적혀있는 거대한 돌이 하나 있었는데, 왜인지 모르게 꼭 그 돌을 양손으로 들고 사진을 남기고 싶었다.


상상으로는 무겁더라도 가뿐히 들어 올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바닥에서 떼는 것부터 점진적으로 들어 올리기를 시도했다. 역도 선수에 빙의하여 무릎 - 가슴 - 어깨 - 얼굴 그리고 마지막 머리 위로 들어 올렸는데, 근육을 쓰는데 산소가 굉장히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때 몸으로 또 한 번 느꼈던 것 같다.




그렇게 나만의 세리머니를 마치고 나서 한결 홀가분한 발걸음으로 하산했다. 내려가는 것은 오르는 것 대비 숨이 훨씬 덜 찼으나, 경사는 꽤 가팔랐다 보니 넘어지거나 엎어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종종걸음으로 내려왔다. 그렇게 안전하게 다친 곳 없이 다시 내려왔을 땐 오후 12:30쯤이었다. 정상의 두 봉우리를 찍고 돌아오기까지 대략 2시간이 소요되었다.



차로 돌아오니 몸이 녹으면서 급격하게 피로가 몰려왔다. 투어사에서 제공한 따뜻하고 달달한 코카잎차와(녹차와 비슷한 맛이다) 치즈맛 엔빠나다가 그렇게 꿀맛일 수 없었다. 차갑게 굳어버린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도 사르르 녹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잠깐의 휴식 시간이 끝나고 투어 차량은 다시 그 가파르고 거친 돌길을 거침없이 달렸다. 이때의 나는 멀미를 느낄 잠시의 틈도 없이 정말 기절하듯 잠들었다. 적당히 무거운 돌덩이가 나를 은근하게 누르듯이 아래로 꺼지는듯한 느낌의 잠이었다.


그렇게 약 두 시간을 달려 오후 2:30쯤 달의 계곡에 도착했다. 깜빡 잤다고 생각했는데 2시간이 지나 있었고, 피로는 여전했지만 두 번째이자 마지막 일정을 위해 무거운 몸을 차 밖으로 꺼냈다. 나의 경우 달의 계곡 입장료 15 볼(한화 약 3,000원)이 포함된 투어여서 별도 결제는 없었는데, 일행 중 일부는 입장권 미포함으로 예약했는지 현장에서 바로 티켓을 구매했다.



빠르게 입장을 마치고 들어가니 영화에서 봤음직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실제 지형이라기보다는 잘 만들어진 촬영장 혹은 세트장처럼 느껴졌다. 그만큼 비현실적이었던 것 같다. 오랜 시간 침식과 풍화를 거쳐서 건조한 인상의 푸석하고 거친 풍경이 완성되었다고 했다. 제각기 다른 두께와 높이를 가진 세로로 깊은 기둥들이 사방에 온통 흩뿌려져 있었다.




가이드가 이끄는 방향대로 크게 한 바퀴 원을 그리며 여러 각도에서 곳곳을 구경했다. 약 한 시간 동안 여유롭게 둘러보며 사진도 찍고 가이드 분의 현장 설명에 더하여 인생 이야기도 들었다. 볼리비아식 스페인어 억양이 강한 영어를 구사하셨는데 처음엔 알아듣기 어려웠으나, 듣다 보니 익숙해져서 마지막엔 처음보다 수월하게 들렸던 것 같다. 딸아이가 있다고 하셨는데 유쾌하고 에너지 넘치는 엄마이실 것 같았다.



그렇게 마지막 여정을 마치고 시내로 돌아오니 오후 4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너무 허기져서 어제 갔던 한식집에서 삼겹살 정식을 시켰고 순식간에 뱃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이후엔 마녀시장에서 마지막 기념품 쇼핑을 한 뒤 숙소로 돌아와 빠르게 떠날 준비를 마쳤다. 이후에는 버스 시간이 오기 전까지 쉬면서 충전의 시간을 보냈다.


역대급으로 짧은 시간 내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한 날이었다. 고산 지대 끝판왕 + 추위 = 춥찔이에겐 바로 방전될 수 있는 환경이었으나 끝까지 완주했고, 쉬는 동안 깜빡 잠들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했던 기억이다. (여기서 잠들었다면 우유니에서의 일정 중 하루가 통으로 사라졌을 것이다)


그렇게 조금 쉬고 나서 저녁 9:30쯤 숙소에서 나와 바로 앞에 위치한 라파스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10kg가 넘는 몸의 반 만한 배낭을 메고, 또 다른 10kg의 캐리어를 끌고, 남은 손은 폰과 가득 채운 에코백을 책임지는 놀라운 분업 시스템을 갖춘 내 모습을 보니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돌아간다면 이렇게는 못할 것 같다)


어제 미리 예약해 둔 가장 좋은 버스 TITICACA 회사의 160도 젖혀지는 좌석의 CAMA 버스를 타니 출발하기 10분 전인 9:50쯤이었다. 고급 버스답게 담요와 샌드위치, 음료를 제공했다. 먹거리는 내일을 위해 챙겨두고, 신발을 벗고 발을 쭉 뻗어 가능한 수평에 가깝도록 누웠다. 아무리 좋다한들 침대만 못했지만 어찌저찌 잠을 청했다. 잠이 와서 잤다기보다는 피로에 파묻혀 몸이 알아서 전원을 끝 것 같았다. 도착지는 고대했던 우유니! 남미에 온 또 다른 이유였던 우유니는 어떤 모습일까 상상하며 고단했던 하루를 마무리했다.


*영상으로 몰아보기

https://youtu.be/BwFD-onhl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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