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은 꼭 가세요 제발
오후 1시가 조금 넘은 시각, 고대하던 소금사막에 도착했을 때 구름 반 하늘 반이었다. 완벽하게 맑은 건 아니었으나 오전에 비해서는 확연히 맑은 날씨였고 이 정도만 되어도 감지덕지한 마음이었다. 소금사막 초입에서 잠시 내려서 본 우유니는 흐리고 뿌연 인상이었으나 그 마저도 몽환적이고 멋있었다. 물이 찰랑찰랑한 정도로 2~3cm 정도 차 있었던 것 같은데 어느 지점은 구멍이 뚫려있어서 마치 온천처럼 물이 뿜어져 나오는 구간이 있었다. 다른 투어사에서 그 지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는데 잘 들리지 않아서 (스페인어 같은 영어였다) 살짝 엿들어보기를 포기하고 사진을 열심히 찍었더랬다.
퍼뜩 진짜 내가 우유니에 왔다는 게 꿈만 같았다. 모레노 빙하와 견줄 만큼 기대가 컸던 여행지라, 바라던 곳에 왔다는 것만으로도 하늘을 뚫고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때 찍었던 사진과 영상을 보면 그렇게까지 맑지도 않은데 오히려 그 분위기가 신비로워서 더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잠깐동안 우유니 맛보기를 한 후 차로 천천히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가는 동안의 길은 내내 물이 일정하게 차있어서 얕은 바다 위를 차로 이동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창 밖으로 본 우유니는 ‘세상에서 가장 큰 거울' 그 자체였다. 하늘과 땅의 구분이 희미한 데다가 구름마저도 그림처럼 펼쳐져 있어서 보는 내내 육성으로 ‘와'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렇게 풍경을 감상하다 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었다. 우유니 한복판에 차를 세우시더니,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식기와 음식 등을 차례로 준비해 주셨다. 이때가 오후 두 시 반쯤이었는데 사실 우유니의 풍경에 정신이 팔려서 배고픈 줄도 몰랐으나, 음식 냄새를 맡으니 급격하게 출출해졌다.
하늘과 땅의 구분이 어려운 황홀한 풍경 한복판에서 식사를 한다는 것 자체도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다. 날은 점점 맑아지고 있었는데, 은근 바람의 강도가 있어서 테이블보가 날아가지 않도록 식기로 잘 눌러야 했다. 온통 새하얀 풍경 속에서 먹을 식사 메뉴는 닭고기와 야채 볶음, 밥, 감자튀김이었다. 보기에는 매우 심플해 보여서 별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닭고기가 미지근했음에도 불구하고 맛이 아주 좋았다.
역시 남미에서 실패 없는 메뉴는 무조건 닭고기! (+감자) 다 같이 옹기종기 모여서 먹으니 더 맛있게 잘 먹었던 것 같다. 따로 챙겨간 짜장범벅 컵라면도 후식으로 먹었는데, 보온병에 담아 온 뜨거운 물이 보온이 잘 되지 않아서 온전한 짜장범벅의 맛은 아니었다. ‘우유니 한복판에서 먹는 컵라면은 정말 꿀맛이겠지?’를 상상했던지라 기대에는 못 미치는 맛이었지만 그래도 이색적인 조합의 공간과 음식이 만난 이 순간이 추억으로 오래 남을 것 같았다.
배를 채웠더니 이번에는 화장실에 가고 싶었다. 다행히 큰 건 아니었는데 근처에 뜬금없이 세워진 소금 계단이 있었고, 가이드는 그것이 바로 내추럴 토일렛(자연 화장실)이라고 했다. 사방이 훤히 뚫린 공간에서 볼일을 본다는 게 매우 어색했고, 중간에 차라도 근처에 지나가면 어쩌나 걱정을 했다. 하지만 마땅한 화장실이 없는 상황에서 그런 건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일행들 모두 한 번씩 은밀하게 내추럴 토일렛에 다녀왔고, 갈 때와 달리 표정과 발걸음이 훨씬 가벼워진 것이 느껴졌다.
다음 코스로는 방금 전 볼일을 본 그 계단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미리 알려줬더라면 참 좋았을 텐데.. 역시나 남미가 남미 했다..! 모두가 살짝 민망해하는 눈치였으나 다행히 소금이라 그런지 누가 어디에 마킹을 했는지는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아리엘매직 투어사(arielmagictours) 가이드의 실력은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카운트를 세는 한국어는 기본 장착이고 포즈도 이미 구상된 안들이 있었는지 순서대로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 차근차근 알려줬다. 이렇게까지 잘 짜인 친절한 사진 코스라니, 역시 한국인에게 유명한 투어사로 알려질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1차 사진 찍기를 끝낸 후 다시 한번 이동을 했는데, 이번에는 물이 거의 없고 하얀 소금이 백사장처럼 펼쳐져있는 공간으로 왔다. 여기서는 무얼 할까 궁금했는데(남미 투어는 미리부터 무얼 할지 상세히 알려주지 않는다), 여러 소품들을 꺼내오신 것을 보고 짐작이 갔다. 프링글스 통, 알파카 인형, 공룡 인형 등의 소품이었는데 이것들을 활용하여 원근법으로 사진을 찍으시려나보다 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완전히 적중했다.
오후 4시가 넘은 시각, 이때부터는 해가 아주 쨍해졌다. 선글라스를 쓰지 않으면 각막이 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눈이 부셨고, 정수리가 뜨거워질 정도였다.(듣기로는 두피에 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고 하니 주의하면 좋을 것 같다)
땡볕이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온갖 포즈를 취하며 다양한 사진을 남겼는데, 사진상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정말 평생 찍을 컨셉사진을 한꺼번에 압축해서 찍은 것 같았다. 포장마차 의자에서 팔과 다리를 위로 뻗어 올려 복근 운동하는 자세, 의자 위에 올라가 한 발로 서고 양팔과 다리 한쪽을 쫙 벌리는 자세 등 고난이도 자세가 많았다. 찍는 동안 ‘사진 찍는 게 이렇게 힘들다니?’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지만 이 마저도 재밌다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한바탕 사진과 영상을 찍고 나니 한 시간가량 지나 있었다. 또 한 번 자리를 옮겨서 이번에는 소금 호텔을 잠시 구경했고, 이후엔 또 잠시 이동하여 마지막 하이라이트였던 타임랩스를 찍고 마무리로 와인 한 잔 했다.
투어사에서 감자칩과 바나나칩, 그리고 와인 한 병을 준비해 주셔서 테이블 세팅 후 한 잔 할 수 있었다. 와인 맛은 저렴한 맛 그 자체였지만 풍경이 다 했던 순간이었다. 온통 하얀 세상에서 고요한 와중에 바람은 또 은근히 세차게 부는데 달큼한 와인 한 잔 하고 있자니 몇 모금 마시지 않았는데 이미 취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렇게 마지막까지 재밌게 놀고 7시가 넘은 시각에 다시 원래의 시내로 출발했다. 숙소에 돌아와 씻고 쉬다가 시간을 보니 저녁 11시였다. 배가 딱히 고프지 않아서 사뒀던 과자 한 봉지 먹은 것으로 저녁을 대체했다. 하루 종일 바람 부는 곳에서 뜨거웠다가 쌀쌀했다가를 반복하는 기온 속에서 열심히 사진을 찍었던 게 생각보다 피곤했는지 온몸이 노곤노곤했다.
이렇게까지 열정적으로 사진/영상 기록을 남겼던 적이 있었던가. 연예인이 된 마냥 누군가의 디렉션에 따라 끊임없이 셔터를 눌렀던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환상적이어서, 지금도 가끔 꺼내보면 이런 세상이 있었던가 싶다. 보고 있노라면 또다시 꿈결에 젖어들듯 그때의 그 묘한 감정이 올라오곤 한다.
[우유니 1일 차 투어 일정 요약 2/2] *feat. 급 변화한 최고의 날씨
13:10: 우유니 소금사막 도착
13:30~13:50: 잠시 내려서 우유니 첫인상 감상 & 동행끼리 서로서로 사진 찍어줌
14:30~15:00: 이동하여 점심식사
15:00~15:30: 휴식 & 내추럴 토일렛(자연 화장실=소금계단)
15:30~16:00: 바로 그 소금계단에서 사진 촬영 ….ㅎ
16:10~17:00: 하얀 소금이 잔뜩 깔린 곳에서 원근법을 이용한 소품활용 컨셉 사진/영상 촬영
17:10~17:35: 이동
17:35~17:50: 소금호텔 내외부 구경
17:50~18:10: 이동
18:10~18:35: 자유시간 (사진 찍으며 동행들이랑 놀기)
18:40~18:50: 와인&간식타임 (온통 하얀 세상에서 빨간 테이블보 위에 와인 & 과자 조합 최고)
19:20~: 투어 종료 후 시내로 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