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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별무슨별 Nov 23. 2023

하늘이 도왔던 대망의 마추픽추에서의 꿈 같은 하루!

뻥 뚫린 시야에서 아주 질릴 때까지 감상하고, 날씨까지 아주 미쳤던

*영상으로 미리보기

https://youtu.be/ilRwBFVfxEg?si=Ou1D1tBn9sGyAa8a

대망의 마추픽추에 오르는 날의 아침이 밝았다. 남미에 온 가장 큰 이유 중 하나, 우유니 다음으로 궁금했던 곳 마추픽추! 아침 6시 반쯤 일어나 나갈 준비를 마쳤고, 7시쯤 되니 호텔의 투어 연계 직원분께서 마추픽추로 가는 버스 티켓을 가져올테니 그 비용을 달라고 했다. 처음엔 별거 다 비용 받으려고 애쓰는구나 역시 남미답다 라고 생각했는데, 물어보니 서비스 비용은 따로 안 받고 티켓 가져와 준다고 하여 올라가는 버스값만 지불했다.



(남미 여행을 하다보면 의심이 기본이 된다 + 올라가는 편/내려가는 편이 따로여서 내려가는 버스편을 원한다면 따로 구매해야 한다) 그렇게 잠시 대기 후 버스 티켓을 받아 지정해준 광장(어제 투어사를 만난 그 광장)으로 갔고, 함께할 일행들을 만나 이동 후 버스에 탑승했다.



버스 탑승 직전에 마추픽추 입장 티켓을 투어사 직원으로부터 받았는데, 그걸 못 받았더라면 올라가서 또 한번 결제를 했어야할 상황을 생각하니 아찔했다. 그렇다. 남미는 모든게 야생 그 자체로, 믿을 구석이라곤 나밖에 없는, 이게 정말 투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안정성 1도 보장되지 않는 곳이었다. 어찌됐는 무사히 다 준비된 채 버스에 탑승했고 약 20분 내내 엄청난 오르막길을 오른 끝에 마추픽추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르막 경사와 올라가는 거리가 꽤 있어서, 이렇게나 높이 올라간다고? 생각이 들었다)



마추픽추 티켓에는 입장 시간이 적혀 있었는데 나는 오전 8시 입장이었다. 나중에 동행들에게 들어보니, 그보다 빠른 입장 티켓을 샀는데도 올라가는 버스편이 없어서 터미널까지 헛걸음 후 다시 7:30 버스를 타고 올라온 분들도 더러 있다고 했다. 알고보니 7:30버스가 가장 빠른 편이었는데 놀랍게도 마추픽추 가장 빠른 입장 티켓은 6:30었던가? 굉장히 이른 시간부터 있었다…ㅎㅎ 버스는 없는데 입장권은 있는 상황이라.. 이건 그럼 꼭두새벽부터 걸어 올라가라는 건가 싶었다.



각설하고 8시가 조금 넘은 시각 가이드와 함께 투어가 시작되었다. 큰 가방은 무조건 짐 보관에 맡겨야 해서 몇몇은 맡긴 후 입장할 수 있었고, 어제의 기나긴 빗길 철길 트래킹을 함께했던 이들도 다 이곳에서 만나게 되었는데, 하루만에 봤다고 새삼 반가웠다. 분명 어제까지는 그렇게 비도 퍼붓고 날이 안 좋더니, 오늘은 거짓말처럼 아주 맑게 갠 화창한 날씨였다. 구름 조차도 동화 속 구름처럼 예쁜 모양으로 산을 덮었다가 옮겨졌다가 했다.




이곳 역시 고산지대인데다 마추픽추 자체도 굉장히 높은 산 위에 있기 때문에 조금만 걸어도 숨이 매우 차서 천천히 이동했다. 그리고 30분 정도 걸으니 화면이나 책 속에서만 보던 그 마추픽추가 눈 앞에 있었다. 시야가 선명해지는 필터를 낀 것처럼 마추픽추가 아주 가까이에 있는 것 같았다. 말 그대로 장관이었다. 이렇게나 뚜렷하게 마추픽추를 감상할 수 있다니 현실감이 없을 정도였다.




가이드가 말하길 본인의 몇 십년 간의 가이드 인생 중 이렇게 사람이 없고 날씨까지 완벽한 투어날은 거의 처음인 것 같다고 했다. 이례적으로 약 한달 동안의 기약 없는 폐쇄 후 극적으로 마추픽추 입장이 열린지 이제 겨우 이틀 째 이기도 했고, 날씨도 내내 흐리고 비가 오다가 딱 오늘이 오랜만에 갠 하루라고 했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원래 같았으면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어서 사진 한 번 찍으려고 해도 3초만 해도 길다고 할 정도였는데, 이 날은 원 없이, 오직 나만이 주인공인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날은 마추픽추에 입장한 관광객이 우리 포함 고작 50명 뿐이라고 했다.(정말 말도 안되는 숫자였다…쏘 럭키)



정말 이건 행운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오늘도 어김 없이 날이 흐리다고 해서 기대가 아얘 없었는데 말이다. 그렇게 남미에 온 목적 중 큰 부분이었던, 인생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마추픽추의 날을 황홀하게 맞이할 수 있었다.





가이드분이 중간중간 마추픽추의 역사와 유래 그리고 다양한 얽힌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는데, 알고 나서 보니 더 흥미롭게 다가오는 마추픽추였다. 누가 처음 이곳을 발견했는지(1911년에 Hiram Bingham 이라는 분이 처음 발견함), 당시의 모습은 어떻게 생겼는지, 쿠스코가 당시의 큰 4개 대륙의 딱 정 중앙에 있어서 잉카의 배꼽이라고 불렸다는 것 등등. 어디선가 들어봤을 법한 내용이었지만 현장에서 들으니 더욱 생생하게 느껴졌다.



     

마추픽추가 가장 잘 보이는 스팟에서 함께한 동행분들과 단체 사진도 찍고, 개인 사진도 질리도록 찍었다. 멍하니 그 뷰를 한 없이 바라보기도 했다. 그러다 한 칸 한 칸 씩 내려가면서 그곳의 지형지물에 얽힌 이야기도 들려주셨다. 어떤 돌에는 고대 문자 같은 것들이 쓰여진 흔적도 있었고 과거엔 돌로 쌓아올린 구조물 위해 지붕처럼 볏짚 같은 게 덮여 있다고도 했다.






돌 중간중간 다람쥐나 도마뱀 친구도 만나볼 수 있었다. 심지어는 거대한 라마 친구들도 여럿 만나볼 수 있었다. 마추픽추에 사는 라마 친구들이라고 했다. 천혜의 자연과 하나가 되어 사는 이 동물 친구들의 삶은 어떨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그렇게 마추픽추에서 약 3시간 동안 천천히 구경했다. 정말이지 이렇게 유명한 관광지를 전세 내듯 마음껏 즐길 수 있다니 꿈만 같았다. 분명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남미에 한 달 동안이나 머물면서 마추픽추에 갈 수 없다는 사실에 슬퍼했었는데 말이다.










그렇게 충분한 시간을 마추픽추에서 보내고 이제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마추픽추가 꽤나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보니, 내려가는 길만 꼬박 50분 정도 걸렸고 거기서 부터 어제의 악몽 같았던 철길 삼만리의 시작이었다. 가이드는 어제 봉고차에서 내렸던 그곳까지 늦어도 3시까지 모여야 출발할 수 있다고 했었다.


 

분명 같은 길인데도 어제는 우중충의 끝판왕이었고 돌아오던 날은 화창하다 못해 너무 더워서 같은 길이 맞나 수백번 의심하면서 길을 찾아 왔다. 걸어오는 내내 그 미친 기찻길을 또 걷다니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최고의 컨디션으로 마추픽추를 보고 나니 한결 가벼운 마음이었다. 무한 걷기 플레이리스트로 K POP 아이돌 노래를 영업했고 노동요로 그만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언제 또 철길을 이렇게 원 없이 걸어보겠나 싶은 생각으로 즐겁게 마음을 비우고 걸었다.




어제도 딱 3시간 쯤 걸렸던 것 같은데 돌아가는 길도 비슷하게 3시간 정도 걸렸는데, 웃긴 것은 어제와 똑같이 이 길이 맞나 계속 의심하면서 감으로 열심히 걸었다는 것이었다. 아마 혼자였으면 길을 잃었을지도 모르겠는데, 나의 쿠스코 숙소 룸메이트인 제니와 함께여서 그마나 의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오히려 제니에게 내가 없었으면 길을 잃었을지도 모르겠다 ㅎㅎ)



어찌됐든 그렇게 걷고 또 걸은 끝에 아슬하게 약속된 장소에 딱 맞춰 도착했다. 안전하게 도착하고 나서는 모든 에너지가 한꺼번에 다 빠져 나갔던 것 같았다. 땡볕에서 쉬지 않고 내리 3시간을 걷는 다는 건, 비를 맞으며 쫄딱 젖은 채로 3시간을 걷는 것과는 또 다른 고됨이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3시가 조금 넘은 시각, 모든 인원이 모인 것을 확인한 후 8시간 넘게 달리고 또 달려서(중간에 한번 정도 쉬었던 것 같다) 늦은 밤 고향같은 쿠스코 숙소에 도착했다.



아마도 11시쯤 도착했던 것 같은데 씻고 나와서 이전에 사둔 과일을 먹고 빠르게 잠을 청했던, 마추픽추라는 미션을 제대로 달성한 하루였다.


+ 혹시나 마추픽추에 가실 계획이 있다면, 걷지 말고 기차로 에너지를 아끼며 편하게 여행하세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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