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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김 May 14. 2024

기미 닦는 남편

이렇게 아름다운 날씨에 드는 생각이 고작..

내 얼굴에는 잡티가 많은 편이다. 어릴 때에는 주근깨가 그렇게 성가시더니 주근깨정도는 애교가 돼버린 지 오래다.

이젠 더 징한 기미가 온통 뒤덮였다.

뭘 해도 나아지지 않고 더 심해지기만 해서 속상하다.

피부가 건조해서 그런지 화장을 해도 잘 가려지지도 않거니와 부족한 수분을 채우느라 그러는 것인지 어디론가 스며들거나 날아가버리고 없다.

  

특히 겨울 외에 자외선이 센 봄이나 여름에는 어디 나가기도 싫고 사람 만나기도 싫다.

다들 왜 이렇게 기미가 심해졌냐, 관리 좀 하지 그러냐 이러쿵저러쿵하거나

짠하게 보거나 한심하게 보거나 둘 중 하나다. 자신감도 없고 누가 내 얼굴을 보는 것도 부담스럽다.  


그런데 우리 남편은 나한테 이런 소리를 한다.


-남편:하나도 안 보여. 이~~뻐!! 최고 이뻐!!.

-나: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도 마. 더 짜증 나.

-남편: 차암나. 내가 이쁘다니깐. 내 눈에만 이쁘면 됐지 누구 눈에 이뻐 보이려고?

-나: 나! 내 눈에 이뻐 보여야지~!!

 

난 남편의 저런 입에 발린 소리를 믿지도 않고 돈 쓸까 봐 무서워 일부러 저런다 싶다.


그러던 어느 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가는 중이었다.

-남편: 얼굴에 뭐가 묻었네.

하며 손으로 기미로 뒤덮인 내 광대뼈를 쓰윽 닦는다.  닦고 또 닦는다. 지워지지 않는다.

-나: 아이쒸 그거 기미야~~!!

-남편: 아 그래?

하며 웃는다.

하도 어이가 없어 나도 따라 웃는다.


'이쁘다며? 하나도 안 보인다며? 치이 '


이 일은 지금도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그때의 그 갸우뚱하던 남편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아 이놈의 기미는 언제쯤 내 얼굴밭을 떠날까. 이쁜 얼굴도 아닌데 안 이쁜 걸로도 충분하니까 기미까지 있을 필요는 없는데... 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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