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천명의 허기를 지휘하다

by 상아


양항의 공장이 불을 밝히던 시절, 그녀의 하루도 함께 타올랐다.


넓어진 식당 안에는 아직 사람의 말소리가 없었지만, 부뚜막 위 솥들은 이미 하루를 예감하고 있었다. 쌀이 씻기고, 물이 맞춰지고, 불길이 오르자 공기는 빠르게 뜨거워졌다. 그날의 밥이 그날의 신용이었다. 그녀는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처음에는 세 솥이었다. 그 다음은 여섯. 어느새 열 솥이 동시에 끓고 있었다. 공사가 절정에 이르던 시기에는 점심 때 열 솥을 두 번을 돌렸다.


공장 안에서 일하는 사람은 수백 명. 현장 도시락까지 더하면 한창 때는 천명에 가까웠다. 배달을 위해 봉고차도 마련했다. 숫자가 늘어날수록 그녀의 목소리는 낮아졌고, 손놀림은 빨라졌다. 누가 어디에 서야 하는지,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 무엇을 미리 준비해야 하는지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으면 불 앞에 설 수 없었다.


그녀는 더 이상 밥만 짓는 사람이 아니었다. 사람을 배치하고, 시간을 쪼개고, 비용을 계산하는 전략가였다.

주방이 커질수록 사람이 더 필요했다. 처음 두 달은 묵묵히 지켜보기만 했다. 그리고 결단이 서자 삼십 대의 김 씨를 불러 세웠다.


“이제부터 주방은 김천댁이 맡아요.”


주방장은 손맛보다 판단력이 더 중요한 자리라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주변 식당들이 열두 시간을 버티는 사람에게 더 많은 급여를 줄 때, 그녀는 과감히 8시간 2교대제를 도입했다. 체력이 좋고 짧게 일하고 싶어하는 젊은 사람들을 들이고 숙련도는 김 씨가 채우게 했다. 그러자 주방의 흐름이 끊기지 않았다.


늘어난 시간에는 김치를 사지 않고 직접 담갔고, 손질된 재료 대신 원재료를 들여 원가를 낮췄다. 숫자가 줄어들면 남는 건 단순한 이익이 아니라, 사람을 부릴 수 있는 ‘여유’였다. 밥을 하는 일인 줄 알았는데. 어느새 사람과 시간을 엮어 하나의 시스템을 만들고 있었다.


한번은 편육을 직접 만들어 원가를 절감해보기로 했다. 식당 뒤편 공터에서는 장작불이 며칠씩 꺼지지 않았다. 돼지머리가 흐물흐물해질 때까지 삶아 뼈를 발라내고, 푸대에 담아 눌렀다. 커다란 빨간 다라에 물을 가득 채워 하룻밤 이상을 눌러야 비로소 단단한 편육이 완성되었다.


딸은 그 장면을 아직도 어제 일처럼 기억한다.

“엄마, 저는 아직도 생생해요. 며칠을 삶고 눌러서 그 귀한 편육을 만드시던 모습이요. 요즘 마트에서 파는 걸 보면, 엄마가 그걸 직접 주방에서 해내셨다는 게 지금도 믿기지 않아요.”


편육은 유난히 인기가 좋았다. 간장에 마늘을 풀고 고춧가루를 살짝 얹어 내면,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키던 이들이 “오늘 것도 참 잘 눌렸네!” 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진짜 경영의 묘미는 버려지는 것에서 나왔다. 편육을 만들고 남은 산더미 같은 돼지 머리뼈를 그녀는 버리지 않았다. 밤새 뽀얗게 고아내어 진한 곰국을 끓였다. 새벽같이 현장으로 나가는 이들에게 이 곰국은 최고의 보양식이었다. 뜨끈한 국물에 밥 한 공기 말아 김치를 얹어 먹던 그 맛은 금세 입소문을 탔다.


“돼지 대가리뼈 곰국이 그리 잘 나간다믄서라? 이 동네 수육집들은 그 뼈를 어찌 못 써서 그냥 버린다요. 내가 아는 데 하나 일러줄랑게 가져다 써보쇼.”


단골 부식가게 아주머니의 소개로 근처 식당의 뼈까지 공수해 오기 시작했다. 재료비는 ‘0원’이었지만, 식당의 명성은 배로 뛰었다. 비용을 줄이면서도 평판을 높이는 일, 그것은 은화씨가 현장에서 체득한 살아있는 경영학이었다.


숨돌릴 틈없이 바빴지만, 그녀는 단 한 번도 작아지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좋았던 것은, 그녀가 ‘누군가의 아내’나 ‘누군가의 어머니’가 아니라, 그 거대한 식당의 주인이었다는 사실이다. 주문이 밀려도, 국이 모자라도, 결정은 그녀가 했다. 실수의 책임도, 잘된 날의 기쁨도 고스란히 자신의 몫이었다. 그렇게 하루를 끝내고 나면 다리는 퉁퉁 부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단단해져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것이 그녀의 전성기였다.
화려하지는 않았으나 가장 분명했던 시간. 누군가의 그늘이 아니라, 자신의 불빛 아래 서 있었던 날들이었다.

지금 농장에서 장작불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 때의 솥 김이 아직도 눈을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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