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어 반가운 시선

by Ruth J Kim







중학교 입학을 앞둔 첫째 아들이 근심 어린 얼굴로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엄마, 중학교 수학이 너무 어려워서 걱정이야.”

평소 공부엔 도통 관심 없던 녀석이 먼저 수학 얘기를 꺼내다니. 반가웠다.

드디어 때가 온 건가? 이제 마음잡고 공부하려는 건가 싶었다.


하지만 반가움도 잠시,

아들은 한층 더 어두운 목소리로 덧붙였다.


“엄마, 중학교 수학에선 영어가 나와.”

“엥? 수학에 웬 영어?”

나는 미국 대학원 입학을 위해 치뤘던 GRE 시험에서

영어로 기술된 수학 문제를 처음 풀어봤었다.

“아니 요즘은 중학교 수학 문제가 영어로도 나오니...?”


그러다 문득 스치는 생각에 “아!” 하고 탄성을 내뱉었다.

“혹시 그 영어라는 게… x, y, a, b 같은 걸 말하는 거야?”

아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와… 세상에.

나는 미지수를 나타내는 알파벳을 보며

단 한 번도 그걸 ‘영어’라고 인식해 본 적이 없었다.

그게 나뿐일까..


문득 친정아빠의 어린 시절 일화가 떠올랐다.

아빠는 초등학생 때 교실 벽에 붙어 있던

“삼각형 넓이 = (밑변 x 높이) / 2”라는 공식을 보며

심각하게 고민하셨다고 한다.

‘도대체 한글을 어떻게 곱하라는 거지?’

다행히 그 어린 소년은 자라서 대학 교수로 무사히 정년을 마쳤다.


곰곰이 따져보면 아이들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다.

엄연히 'a'는 영어 알파벳이고, '밑변x높이'는 한글 단어들을 곱해놓은 식이니까.

아이들은 옳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이 느낌은 뭐랄까…

뇌의 회로 하나가 살짝 접촉 불량을 일으켰달까..

그래도 뭐. 일단 아이가 수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잖아?

이건 진전이다.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 수학 문제를 푸는 데

그 ‘영어’ 때문에 당분간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겠다.

나 또한 앞으로 마주하게 될 아이의 성적표가 걱정됐다.


하지만, 기대도 된다.

그 신선한 시선만큼은 앞으로의 삶에서

너를 특별히 빛나게 만들어줄것 같아서.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네가 좋다.

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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