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직선의 배신

by Ruth J Kim

새 학년 새 학기에 나는 늘 원대한 꿈을 꾸었다.

바로 완벽한 필기로 채워진 깔끔한 교과서를 만드는것.

학기 초 나는 숨도 안 쉬고 한 자 한 자 서예하듯 정성스레 교과서에 필기를 했다.


중요한 내용에 “밑줄 그어라”는 선생님 말씀에

나는 특별히 ‘자’를 대고 쭉…… 선을 그었다.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완벽한 직선을 기대하며.


계속 긋다가 아차 하는 순간이 있다.

처음 자를 놓는 각도가 조금만 틀어져도,

이놈의 완벽한 직선은 내가 원하는 방향이 아닌

엉뚱한 곳으로 이어져 다음 줄 글씨를 덮어버리는 사고를 일으킨다.

아 망했다……

한 학년이 날아간 것 같다.

공부가 하기 싫어졌다.......



차라리 조금 삐뚤빼뚤해도 방향(만)은 틀 수 있게,

자 대지 않고 내가 직접 그은 선이 더 완벽한 직선 같아....

적어도 다음 줄까지 침범하지 않을수 있어.


이날 이후로 나는 밑줄을 그을 때 절대. 결코. 자를 사용하지 않았다.


난 정확성보다 유연성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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