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씩 엄마는 한국에 가기 위해 짐을 싼다.
그럴 때마다 나는 혼자 남아 집을 지키며 일을 계속한다.
물론 아빠와 동생이 집에 있긴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들이 곁에 있어도 별로 도움이 안 되는 상황들이 많다.
청소를 해도 금방 집안일은 다시 쌓이고, 일 나갔다 돌아오는 날이면 식사 준비에 설거지 청소까지 해야
비로소 마음 편히 밥을 먹을 수 있다.
그때야 겨우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다.
때로는 아빠까지 한국에 가 있을 때가 있다.
그럴 땐 정말 모든 게 내 몫이다.
소피를 돌보는 일은 기본적으로 하는 일이고
밖의 일도 하고,
집안일까지 다 챙겨야 한다.
동생이 있긴 하지만,
동생은 어쩐지 집이 지저분한 걸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사람 같다.
결국 집 청소는 늘 내 차지가 되고,
그럴 땐 마음 한쪽에 불만이 조금씩 쌓인다.
“왜 나만 이렇게 부지런해야 하지?”
그런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아빠 엄마가 캐나다로 다시 돌아오면 나는 해방이다. 집안일을 아빠 엄마가 하기 때문에 나는 그냥 거들어 주기만 하면 된다.
그래도 좋은 점도 있다.
엄마와 아빠가 둘 다 한국에 가 있을 때면 집에 나 혼자 있는 시간만큼은 꽤 평화롭다. 아침 일찍 일어나 교회에 가라고 누가 재촉하지도 않는다. 소피와 함께 조용히 시간을 보내며 내 방식대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그럴 때면 마치 나도 소피처럼
엄마 아빠가 돌아올 때까지
집을 지키는 충실한 ‘가족의 일원’이 된 기분이 든다.
물론 혼자 있을 때 아프면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한마디로 말하면 나는 딱 죽은 사람이 된다.
그 이유는 매일 강아지를 돌보는 것까지 내 삶에 포함해서 내가 매일 먹는 약이 있는데 그걸 먹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이 약은 내가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의사 선생님한테서 처음으로 받은 나를 살리는 처방 약이다. 이 약은 내가 나중에 하늘나라로 갈 때까지 먹어야 되는 약이기도 하다.
그래서 약 먹는 것에 대해선 절대로 소홀히 하면 안 된다.
그런데 나는 그걸 어려워할 때가 많은 것 같다.
매일매일 약 먹는 게 쉽지만은 않다는 걸 나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시간을
‘혼자 살아가는 훈련’이라고 생각한다.
조금은 외롭지만,
이 시간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