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시계가 없는 이유

by Zootopia


우리 가족이 사는 캐나다 집에는 없는 걸 빼면 거의 다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단 한 가지, 시계만은 없다.

탁자 시계도 없고 벽시계도 없다.

왜 그런지 이제부터 그 이유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정말 예민한 아이였다.

조금이라도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있으면 잠을 이루기조차 어려웠다.

그래서 부모님은 어렸을 때부터 나를 키우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으셨다.


그래서인지 나의 키가 동생보다 작은 걸까?

잠만 잘 잤어도 키는 자랐을 텐데... 하는 아쉬움만 남는다.

물론 잠을 덜 자서 이유 하나만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하지만 부모님은 내가 잠을 덜 자서 덜 자란 거라고 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분명 나는 작은 자극에도 크게 반응하는 아이였다.

나는 불면증이 심했다.


밤에 잠을 자면 중간에 깨지 않고 아침까지 쭈우욱~~ 자는 건 꿈도 못 꾸고 새벽에는 꼭 깨는 건 기본이었다.

특히 나는 생각이 많아서 밤에 잠을 못 자고 설칠 때면 정말 힘들었다.


조그마한 머리에 뭐 그리도 많은 생각들이 들어있는지 헬렐레하게 잠에 도취되어 있는 잠보 귀신 새끼 곰 같은 동생을 보면 질투가 났다.


지금도 생각이 조금이라도 들면 뭔가에 탁 거슬리는 게 있으면 밤에 잠을 못 자고 새벽까지 어떨 때는 아침까지 나의 생각과 씨름하는 게 이어져 잠을 자고 싶어도 설칠 때가 많이 있다. 그래서 낮에 낮잠을 잘 때도 거의 매일 있다.


특히 시계 소리에 유난히 민감했다.

‘째깍, 째깍’ 하는 소리만 들어도 신경이 곤두서고,

생각이 끊임없이 그 소리에 붙잡혀 벗어나지 못했다.


남들은 시계가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어릴 적 나의 생일 선물로 시계를 자주 주곤 했다.


하지만 나는 디지털시계나 핸드폰에 있는 시계 말고는 어떤 시계와도 오래 함께할 수 없었다.

너무 시끄러워서 결국에는 건전지를 빼고,

마지막에는 시계를 아예 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 정도로 나는 왕 왕 예민한 아이였다.


지금은 기술이 발전한 시대라

핸드폰이나 디지털시계로 시간을 확인하면 된다.

그래서 예전처럼 아날로그시계나 벽시계 때문에 걱정할 일은 없다.


하지만 한국을 방문해 이모 집이나 고모 집,

혹은 할머니와 함께 지내야 하는 상황이 되면 다시 어려워진다.


시계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서

같이 생활하기 힘들 정도로 괴롭기 때문이다.

한 번 거슬리는 게 귀에 꽂히기 시작하면

도저히 멈추지 않는 성향을 나 자신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부모님이 나를 키우며 얼마나 힘들었을지도 이해한다.


나는 예민함도 고집도 엄청나게 쎄 타고난 성향을 가지고 있다.

이건 바뀌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도 그렇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확률이 월등히 높다.


그래서 지금도 우리 집의 시간은 소리 없이 흐른다.

째깍거림이 없는 대신,

나에게 꼭 맞는 속도로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흘러가고 있다.



목, 금, 토 연재
이전 03화뮤지컬 <라이언 킹>을 두 번 본 소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