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19일 공연 보는 날
오늘은 내가 기대하고 있던 레미제라블 뮤지컬을 보러 엄마와 엄마 친구와 함께 밴쿠버 다운타운에 있는 퀸 엘리자베스 극장 (Queen Elizabeth Theatre)에 가는 날이다.
소피와 함께하는 이른 아침은 늘 피곤하지만, 일어나자마자 아침밥부터 든든히 챙겨주고 난 뒤 짧은 산책을 나간다.
비가 많이 와서 비옷까지 단단히 입혀야 했고, 평소보다 훨씬 일찍 일어나 소피를 챙기느라 더 바빴다. 왜냐하면 오늘은 특별히 기대하던 뮤지컬을 보러 가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뮤지컬을 보는 시간은 오후 2시였기 때문에 집에서 일찍 나와야 했고, 그 때문에 소피의 오후 산책도 미리 짧게 다녀와야 했다.
저녁까지 이어지는 공연을 생각하니,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는 모든 배우들에게 자연스럽게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다. 특히 아역 배우들은 더 힘들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들의 노력과 감정이 멀리서도 전해지는 것 같았다.
뮤지컬 배우에게는 목소리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웅장하게 음악만 나오고 음악에 있는 가사를 다 외워야 하는 작품에서는 맑고 안정적인 목소리가 필수이기 때문에, 목감기는 정말 치명적일 것 같았다. 특히 아역 배우라면 감기에 걸렸을 때 맑은 소리를 내기 어렵다는 점에서 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감기 걸리면 목소리가 개구리 목소리가 되는데 뮤지컬 배우는 더 힘들겠다는 생각을 안 할 수도 없는 것 같다.
물론 나는 뮤지컬 배우가 아니기 때문에 내가 직접 무대에 서보지 않았기 때문에 배우들이 느끼는 감정과 공감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오늘 레미제라블 공연을 통해 조금은 그들의 세계를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들이 얼마나 피 땀 눈물과 고통을 안고 노력했는지는 그들이 서 있던 무대가 말해주었다. 배우들이 혼신을 다해 뮤지컬에 대한 열정을 쏟아낼 수 있었던 건 관객들의 응원과 관심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만약에 관객들이 공연에 관심이 없었다면 배우들이 공연을 하면서 이렇게 혼신을 다해서 열정을 쏟아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만큼 관객들이 많이 보러 와서 한자리도 빼놓지 않고, 자리를 꽉 꽉 채우고 난 후 공연이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극장에 차를 세우기 어려울 것 같아서 Lougheed SkyTrain Station에 차를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다. 예전에 라이언 킹을 보러 갔을 때 주차 문제로 고생했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 선택은 더 수월하게 느껴졌다. 로히드역으로 가는 길에 붕어빵과 호떡도 사고, 아는 친구를 만나 함께 이동하면서 기대감은 더 커졌다.
몇 주 전부터 모질게 오는 비에 어둠이 짓게 깔려서
별로 가고 싶지 않았지만 기대감이 점점 커지면서 극장에 가서 레미제라블 공연을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맑고 좋은 날씨에 갔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나는 특히 비가 오는 날이면 더더욱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밖에 비도 오고 또 나가는 게 귀찮아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질게 오는 비를 뚫고라도 레미제라블 공연을 보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좋은 기회를 놓치면 어쩌면 내 인생에서 다시는 보지 못할 수도 있기에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싶었고 내 마음속에 잘 간직하고 싶었다.
공연은 내가 다시 보고 싶을 만큼 좋았다.
모질게 오는 비도 결국은, 꼭 레미제라블 뮤지컬을 보러 가겠다는 우리들의 열정을 막지 못했다.
오늘은 라이언 킹에 이어 레미제라블까지 밴쿠버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나에게도 큰 기쁨이었고 영광이었다. 극장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비가 엄청나게 많이 오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의 열정이 엄청난 파도처럼 내 마음속에도 밀려왔다.
공연이 시작되자 웅장한 배우들의 맑은 목소리와 함께 음악이 흘러나와 극장을 가득 채웠다.
그 순간, 나를 포함한 모든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그 감동 속으로 빠져들었다.
레미제라블은 사실 배우들의 대사가 전혀 없다.
오직 음악으로만 오디션에 통과해야만 무대에 오를 수가 있다.
그렇게 치열한 경쟁을 뚫고 무대에 오른 배우들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고, 이런 후진 날씨에도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 역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뮤지컬이 끝난 후에는 간단히 저녁을 먹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가는 내내 오늘 들었던 노래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고, 아마 내 생각에는 공연 기간이 다 끝난 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라이언킹 뮤지컬에 빙의 됐던 것처럼) 레미제라블 뮤지컬도 빙의 돼서 노래들을 계속 흥얼거리게 될 것 같았다.
분명히 그럴 것 같아 보였다.
사실 이번에도 기념품을 사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가을에 한국에 갈 계획이 있어서 참기로 했다. 솔직히 말하면 정말 사고 싶었지만, 참아낸 나 자신이 조금은 대견하게 느껴졌다.
사실 이런 레미제라블이나 라이언킹 같은 뮤지컬들은 한 번만 보기에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공연이라고 나는 느낀다. 그래도 한 번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고, 비 오는 날 극장에서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경험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에게는 여전히 라이언 킹이 1위이고, 레미제라블은 2위다. 하지만 2위라고 해서 덜 만족한 것은 아니었고 워낙 기대가 컸기 때문에 이 레미제라블 공연 역시 라이언킹만큼은 아니었을지 몰라도 나에게도 깊은 감동을 남겼다.
요즘은 다양한 뮤지컬들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Romeo and Juliet과 Beauty and the Beast도 예정되어 있지만, 한국에 가는 일정과 겹쳐 둘 다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Beauty and the Beast를 선택하고 싶다. 만약 그 공연을 본다면 그 공연도 오늘처럼 나의 기억 속에 오래오래 남는 작품이었으면 좋겠다.
한국에서도 내가 관심 있는 뮤지컬 같은 걸 골라서 보러 가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물론 한국에서 뮤지컬을 보러 갈 시간이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상상만 해도 좋다.
분명히 여기와는 분위기 자체가 다를 테니까..... 기념품들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엄청 예쁘고 아기자기한 것들도 귀여운 것들도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레미제라블 팸플릿 사진은 꼭 찍어야 작가지! ㅋㅋㅋ
뮤지컬 공연이 끝난 뒤 먹는 저녁밥은 더 꿀맛!
일식집에서 먹는 엄마 친구와 엄마와 먹는 치킨 난반! 어제 3월 18일 저녁 엄마가 해둔 닭볶음탕 오늘 3월 19일 아침에도 닭볶음탕 오늘 저녁도 치킨으로 한 저녁식사! 3시 세끼 닭으로 때웠다.
게다가 나는 닭띠이다. 오늘 저녁으로 먹은 치킨 난반은 나랑 내 성격이랑 딱 맞는 메뉴 같아 보여서 더 맛있었다.
늦게 저녁을 먹고 난 후에야 우리는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