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륙은 했는데... 착륙할 공항이 없습니다."

착륙지를 잃어버린 사람들

by 김기흥 Thomas Kim

"이륙은 했는데... 착륙할 공항이 없습니다."

착륙지를 잃어버린 사람들
얼마전, 어린시절 부터 봐왔던 오랜 친구와 밤늦게까지 술을 마셨습니다.
그는 유명 대기업의 재무팀 임원으로, 겉보기엔 탄탄대로를 걷는 사람입니다. 그런 그가 툭 던진 한마디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습니다.

"나, 숫자 진짜 안 좋아해. 근데...20년째 재무만 하고 있어."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지만, 그는 문학을 좋아하던 학창 시절 이야기를 꺼냈고, '그걸로 어떻게 먹고사니'란 부모님의 말 한마디에 회계사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그저 그렇게 흘러간 삶이었고, 가끔씩 문득 자신에게 되묻는다는 거죠. "이게... 진짜 내가 원하는 삶이었나?"

우리 대부분은, 그렇게 이륙했습니다. 누군가 정해준 비행 루트에 따라, 고도는 높이고 속도는 냈지만, 정작 도착지는 정해본 적이 없는 채로요.

한 다른 친구는 어렸을때부터 요리를 정말 좋아했었습니다. 한 번은 고등학교때 그 친구네 집에 놀러간적이 있었는데 그 친구가 맛있는 '벨기에식 홍합스튜'를 요리해 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때 경험한 저의 문화 충격이 지금도 잊히질 않네요.)

그런 그도, "요리로는 성공 못해" 라는 말에 꿈꾸던 요리 유학 대신 경영학을 전공했고 MBA유학까지 마친 뒤 지금은 전략 컨설팅 기업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는 가끔 유명한 셰프들의 Cookbook 이나 다큐를 보게되면 묘하게 가슴이 먹먹해진다고 합니다.





우리 시대의 부모님들은 우리가 잘되고 ‘출세’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들의 모든 삶의 노하우를 담아, 옳은 길, 안정적인 길을 정성껏 안내해 주셨습니다. 그 선택은 분명 감사한 일이지만, 요즘처럼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는 '남들에게 좋아 보이는 길’보다 ‘내게 맞는 옷’을 입는 것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직장인들이 자신의 진짜 재능은 묻은 채, 묵묵히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오늘도 성실하게 일을 하고 있습니다.

삶의 속도는 있는데, 방향은 흐릿한 상태. 그럴 때, 마음 안에 이상한 공허함이 찾아옵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정신겅강의학과를 찾는 직장인이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었다고 합니다. 그 중 상당수가 말하는 공통점은 '지금 이 일이, 나와 안 맞는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 저는 이걸 '직업적 불일치'라고 부릅니다.

그렇다고, 당장 방향을 확 틀 필요는 없습니다. 사실 우리는 너무 쉽게 '지금 하는 일을 버려야만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꼭 그렇진 않더라고요. 내가 뭘 좋아하는지, 무엇에 에너지를 느끼는지, 그걸 지금 하는 일에 조금만 얹어보는 것만으로도 일과 나 사이의 거리는 많이 좁혀질 수 있습니다.

'바꾸기' 보다 먼저 필요한 건,

'이해하기', '정리하기', 그리고 '나답게 해보기' 입니다.

요즘 저는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제 얘기인데도, 저는 왜 정리가 안 됐을까요?" "누군가 내 커리어를 한번 객관적으로 짚어주니까, 비로서 내 모습이 보였어요." 그 과정은 그리 거창한게 아닙니다. 그저 지금 내가 어디쯤 와 있는지, 그리고 나는 어떤 방식으로 일할 때 살아나는 사람인지 함께 말로 정리해보는 과정입니다.

혹시 지금 비행 중이지만 어딘가 허공에 떠 있는 기분이 드시나요? 그렇다면 그건 '이상한 게 아니라' 어쩌면 가장 정상적인 감각인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결국 도착하고 싶은 곳은 누가 짜준 항로가 아니라, 내가 나답게 살아가는 공항일 겁니다. 비행기는 멈추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저, 나의 비행 방향을 다시 한번 확인해보는 것. 그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작고 단단한 출발입니다.



#커리어코칭 #커리어진단 #가장나다운일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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