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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NY JD Sep 27. 2023

“ 나 오늘 안 갈란다!“

이 한마디에 화들짝 한 사연은…




“나 오늘 안 갈란다”


이 말만 떠올리면 코드명 “기종을 바꿔라”가 생각난다.


고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하면 떠오르는 입가에 웃음을 띠게 하는 개인적인 추억 이어서다.

 

1994년 늦여름 아니면, 초가을 무렵이었던 것 같다.


저녁 약속이 있어서 퇴근하려 하는 데, 당시 삼성그룹 비서팀의 모인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당시의 통화 내용(즉 추억)을 소환해, 재구성해 본다.

 

비서실 : “급히 상의할 일이 있는데 좀 만날 가?”

 

나: “나, 저녁 약속이 있으니 전화로 하지 뭐.”

 

비서실: “A께서 싱가프로에 계신 거, 알잖아?, 내일모레 들어오시는데 비행기에 문제가 좀 생겼어. 보잉 747 기종으로 보고 했는데, 확인해 보니 대한항공의 투입 비행기가 에어버스 300이지 뭐야? 실수가

생겼네. ” (A는 당시 비서팀 내의 이건희 삼상그룹 회장에 대한 자기들만의 호칭)

 

나: “ (알면서도 일부러) 그런데 어쩌라고? “

 

비서실: “보잉 747를 선호하시잖아?, 어떻게 해서든 보잉 747 기종을 싱가포르에 투입해야 하는 데… 대한항공에 컨택 좀 한번 해 봐 줄 수 있을까? 안되면 몇 명 집에 가서 아이들 봐야 할지도 모르니.. 제발…”

 

(순간, 삼성 비서팀 직원들이 당시에 가장 무서워하는 이 회장의 멘트가 생각났다. 일명 ‘공포 멘트’다.


“저 친구 왜 내 앞에서 아직까지 얼굴을 보이나? ( 저

친구 아직도 저기

있네?)“


나: “하다 하다 이젠 비행기 기종까지…“

 

부탁을 받은

탓에, 대한항공 당시 홍보실장 H모이사(부사장까지 역임했으나. 그 후 얼마 안돼  암으로 운명한 분이다. 따님은 운명 후 모재벌의 며느리가 됐다. H이사는 욕하는 사이라야만 진정한 친구라면서 아무에게나 육두문자 써 가면서 반말로 일관, 오히려 친숙함을 얻었던  인물이다) 에게 급히 전화를 해 상의를 했다.

 

당시 통화 내용…

 

나: “H이사, SOS! 이건희 회장께서 싱가포르 체류 중인데, 내일모레 귀국 편 비행기 기종에 문제가 좀 생겼다고 해. 기종 변종을 희망하는 데 가능한 일이야? “

 

H이사: ”말이야, 막걸리야! 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나 퇴근해야 하니까 그만 끊자.”  

 

나: “그럼, 내가 직접 DDY(대한항공 내에서고 조양호 회장을 지칭하는 사내 암호 )에게 직접 전화한다!”

 

H이사: “세게 나가시네… 알았어, 내가 회장님 하고 우선 상의해 볼게…”

 

10분 뒤 H이사로부터 다시 전화가 왔다.

 

H이사: 알아보니 기종 변경은 가능한데 싱가포르에서 대기 중인 승무원 숫자랑 한국에서 간다면 보잉 747 기종 투입 승무원 수가 안 맞아서 항공법에 위배, 불가능하다네.. 여기서 부족분 승무원을 비번으로 해서 싣고 가도,  비행기 내린 후 12시간 이상 휴식을 취해야 하는 규정 때문에 도저히  불가능하단다. 삼성에 잊으라고 해…”

 

”식당개 삼 년이면 라면을 끓인다 “라는 우스개 소리처럼, 멀치감치서 항공업계를 관찰할 기회가 있었던 탓에, 순간 기치랄 까 아이디어가 떠올 랐다.

 

나: “ 홍콩에 스탠바이 중인 승무원 세 명을 Singapore Airline이나 Cathay Pacipic 편으로 일단 싱가포르에 내일 아침 보내면 어때?


그러면 그 뒤에 24시간 지나서 서울로 출발하니 승무원으로 탑승이 가능할 것  같은데… 안 그럴까? H이사님( 일부러 님자까지 붙여가며)! 항공사 임원 맞아? 머리를 좀 써...ㅋㅋ”

 

나의 제안에 한이사 목소리가 금방 바뀌더니,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겠다”, 오케이! 내가 DDY(회장님)께 복안을 설명드리고, 답 얻어 볼게 “


 H이사: ”DDY승인이 났어. 승무원까지 얘기했더니, 그럼 협조해 주라고 하시더라.

 

그런데 지금 승객수로는 두 비행기 간에 운항 코스트가 안 맞아. 승객수 1등석 수가 더 많고, 하다못해 유류비도 보잉 747이 더 들고, 암튼 적자가 크니 뭔가 당근을 주어야 할 것 같아”

 

비즈니스 맨들 아니랄 가… 이런 볼멘소리를 토로했던 기억이 난다.

 

나: “’ 승무원 수가 안 맞아서 불가능하지만 제(H이사)가 해법을 찾아서 홍콩 스탠바이 팀을 우선 타사 비행기 편으로 싱가포르에 보내는 안을 채택하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됩니다.’라고 하면서 DDY에게 자신의 아이디어인 양 했지? “

 

H이사:”귀신은 속여도 넌 못 속인다. 사실 그대로야... 그럼 내가 사실대로 너 아이디어라고 하겠니?”

 

나: “내가 당근책은 제시하라고 당부할 터이니... 그냥 추진해.”

 

그리고 바로 비서팀에 연락을 했다.

 

나: “승인은 날 것 같은데, 대한항공이 추가운항비용 보전을 요구하네. 운항 코스트가 더 많이 든다고 해 “

 

비서팀: “ 노 프로블럼”

 

이렇게 해서 그야말로 코드명 “비행기 기종을 바꿔라!”가 임무완수로 종결되는

듯 싶더니…


“ 임무완수(Mission Compeletely!)가 임무불완성(Mission incompletely)!로 급변하고 만다.

 

다음 날, 비서실에서 내게 걸려 온 전화의 요지!

 

비서실: ”정말 사달이 났네… 오늘 A께서 노 귀국!”

 

알아보니…

 

A께서 “ 몸이 찌푸둥 하네… 나 오늘 안 가련다. 하루 더 묵을란다“ 했던 것!!!

 

OMG(오 마이 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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