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우리가 부침개•전 찾는 이유는?
오늘부터 장마가 시작된다고 한다. 전집은 당분간 부침개 부치느라 정신없을 것 같다.
우리는 왜 비가 오는 날, 또는 “날씨가 구진 하다”는 표현을 하는 날이면 예외 없이 ’ 빈대떡’, ‘전’, ‘막걸리’를 찾는 걸까?
무엇인가 이유가 있을 터인데.. 정확한 이유가 전해 내려오고 있지 않아 항상 “그것이 알고 싶다” 의 심정이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게
마련이다 “라는 표현에 걸맞게 그 이유가 뭔지 그 여정을 떠나보자.
비 오는 날 한국 사람들이 파전과 막걸리를 찾는 데에는 단순히 기분 탓 만 일까? 그건 아닌 듯싶다.
떠오르는 몇 가지를 정리해 보자.
우선은 날씨와 분위기의 조화다.
빗방울이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묘한 운치를 자아낸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따뜻하고 고소한 파전과 목 넘김이 부드러운 막걸리는 감성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주는 일등공신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든다. 마치 빗소리가 잔잔한 배경음악이라도 되는 듯이 이 빗소리를 통해 각종 전, 부침개 등의 음식과 술의 맛이 간절하게 느껴지지 않나 싶은 것이다.
실내 활동의 증가가 필수인 점도 고려대상이다. 비가 오면 아무래도 야외 활동이 줄어들고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는 건 당연지사. 집에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음식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되고, 파전과 막걸리는 함께 나눠 먹기에도 좋은 메뉴라서 자연스레 전을 부쳐먹는 풍습이 자리잡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다음으로 음식과 술의 궁합이 떠오른다.
기름진 파전과 막걸리의 조화를 의미한다. 파전의 기름진 맛은 막걸리의 시원하고 톡 쏘는 맛과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한다. 마치 느끼함을 잡아주면서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는 역할을 한다고나 할까? 단짝 친구처럼, 서로의 맛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투캅스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든다.
따뜻함과 시원함의 대비도 떠오른다. 따뜻하게 구워진 파전과 차가운 막걸리는 온도 대비를 이루면서 먹는 즐거움을 더해 준다고나 할까? 입안에서 느껴지는 온도차가 색다른 매력이다.
또 과거의 경험과 문화적 영향도 한 요인이다.
과거 농경 사회에서는 비 오는 날이면 부득이 농사를 쉴 수 있었고, 가족이나 이웃들과 함께 전을 부쳐서 막걸리를 나눠 마시며 휴식을 취하는 문화가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러한 공동체적인 경험이 현재까지 한국인의 DNA로 남아, 비 오는 날이면 자연스럽게 파전과 막걸리를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추억과 향수도 한몫 단단히 한다는 생각이다. 어릴 적 비 오는 날 할머니나 어머니가 부쳐주시던 파전의 따뜻함과 함께 어른들이 건네주셔서 뭣도 모르고 마셨던 막걸리의 기억은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에 충분한 것이다. 비 소리를 들으면 그때의 포근했던 추억이 떠오르면서 자연스럽게 옛날에 맛본 같은 음식을 찾게 되는 게 인지상정이다.
과학적인 요인도 존재한다.
비가 오면 습도가 높아지는데, 기름진 음식은 이러한 습도를 중화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있어서다. 물론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경험적으로 그렇게 느끼는 경우가 있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비 오는 날 파전과 막걸리를 찾는 것은 단순히 음식의 맛뿐만 아니라 날씨, 분위기, 과거의 경험, 문화 등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결론을 내 본다.
한국 사람들에게 부침개와 막걸리는 비 오는 날의 특별한 '소울 푸드'이자 '소울 드링크'다.
혹시 비 오는 날 전집을 찾으면 어떤 전을 시키는 가? 자문을 해 본다.
파전 (특히 해물파전)이 으뜸 메뉴였지 않나 싶다.
단연코 비 오는 날의 베스트 오브 베스트다. 파전은 그 자체로 이미 비 오는 날의 안주다. 촉촉함과 바삭함의 조화가 주된 원인이다. 파전은 두툼하게 부쳐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이 일품이다. 특히 해물파전의 경우, 오징어나 새우 같은 해산물이 씹히는 맛까지 더해져 풍성한 맛을 선사한다.
빗소리와의 조화도 파전을 시키는 이유 중의 하나다. 파전이 기름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소리가 주룩주룩 빗소리와 묘하게 어우러져 심리적인 안정감과 식욕을 돋우는 원인 제공자다.
최종 정리를 해보자. 비 오는 날 전과 막걸리의 문화, 그 근거는 어디에서 오는가?
오랜 역사적 배경, 사회경제적 환경, 그리고 심리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형성된 것이지 특정 문헌에 '비 오는 날 전과 막걸리'라는 명확한 기록이 있지는 않다는 게 결론이다.
비 오는 날 전과 막걸리 문화는 고문헌에 명확히 '언제부터 왜 그랬다'라고 명시된 것은 아니지만, 농경 사회의 식문화와 휴식 문화, 그리고 비가 오는 날씨가 주는 심리적, 감각적 요인, 청각적 요소 등이 현대 사회에까지 이어져 하나의 대중적인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게 됐다 정도로 마무리 짓자.
“우리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하나의 전통처럼 인식된 것이다”라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