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탱이가 밤탱이“

우리나라 말 만이 할 수 있는 모양새•질김•색상이 빚어낸 훌륭한 표현

by DKNY JD

엊그제 눈이 내린 탓에 친구 한 명이 눈길에 미끌어지면서 전봇대에 눈을 부딪혔다나, 암튼 눈탱이가 밤탱이 되어서 늦게스리 약속장소에 나타났다.


이 표현, 참 재미있으면서도 직관적인 우리말이지 않나 싶다.


누군가에게 호되게 맞았거나 사고로 눈 주위가 심하게 부어오르고 멍들었을 때 주로 사용되는 표현이다.


그런데 불현득 이 표현이 어디서 왔는지, 그 어원과 구성 원리가 갑자기 궁금하다.


우선 ‘탱이'라는 접미사가 예사롭지 않다. 먼저 단어의 뒷부분인 ’~탱이'부터가 심상치가 않아서다.


우리말에서 '탱이'는 ‘ 그것이 몹시 심하거나 덩어리 진 것'을 비하하거나 속되게 부를 때 쓰는 접미사다.


욕심쟁이를 뜻하는 '욕심탱이', 고집이 센 사람을 뜻하는 '고집탱이' 등이 우선 떠오른다.


따라서 '눈탱이'는 '눈'을 속되게 부르는 말이고, '밤탱이'는 '밤'을 강조해서 부르는 말이라고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왜 하필 '밤'일까?


이 표현의 핵심은 시각적 이미지의 결합에 있지 않나 싶다.


우선은 모양새다. 눈 주변에 충격이 가해지면 피부가 위아래로 볼록하게 솟아오른다. 그 둥글게 부풀어 오른 모양이 잘 익은 밤알의 생김새와 흡사해 붙여진 표현이 아닐까 싶다.


다음으로는 색깔이다. 멍이 들면 처음에는 붉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검보라색 혹은 짙은 갈색으로 변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 색깔이 밤의 껍질(밤색)과 매우 비슷하지 않나? 그래서 붙여진 표현인 것 같다.


질감도 한 몫한다는 생각이다. 꽉 찬 밤알처럼 팽팽하게 부어오른 상태를 비유한 것이기도 한 것 같아서다.


이 표현의 탄생 배경 (히스토리)을 찾아보니 이 또한 그럴 싸하다.


제미나이의 분석이다.


“정확히 어느 시대에 누가 처음 썼는지 문헌에 기록된 것은 아니지만, 국어학자들은 이 표현이 민간의 해학적인 비유에서 시작되었다고 봅니다.

과거 우리 조상들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을 신체 변화에 비유하길 즐겼습니다.

눈이 퉁퉁 붓고 시커멓게 멍든 모습을 보고,‘마치 커다란 밤송이 안에서 튀어나온 알밤 같구나!’라고 놀리거나 묘사하던 것이 구전되면서 ’눈탱이가 밤탱이가 됐다'는 관용구로 굳어진 것입니다.”


요약하자면 눈(눈탱이)이 맞아서 부어오른 모양과 멍든 색깔이 밤(밤탱이)과 똑같다고 해서 만들어진, 아주 찰진 비유적 표현이다.


참고로 요즘은 실제 물리적으로 맞았을 때뿐만 아니라, 물건을 너무 비싸게 사서 사기당했다(바가지 썼다)는 의미로 "눈탱이 맞았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중고차 시장 갔다가 차알못(차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무시당했나 봐. 시세보다 200만 원은 더 주고 샀으니, 아주 제대로 눈탱이가 밤탱이가 됐지 뭐야."


흔히 일상에서 등장하는 대화 내용이다.


그러나 이 표현은 기발하고 우스꽝스러운 면이 내포되어 있지만, 다소 비속하고 거친 느낌을 주기 때문에, 격식 있는 자리 나 어른들 앞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은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친한 친구 사이나 편한 사석에서 상황을 익살스럽게 강조하고 싶을 때 쓰기에 딱 좋지 않나 싶다. 잘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는 표현을 자제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여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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