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쓴 '쑥대밭'이라는 말, 알고 보니 아픈 역사의 흔작이네
’ 쑥대밭'은 우리네 일상에서 정말 많이 쓰이는 표현이다.
무언가 완전히 망가지거나 엉망진창이 된 상황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하는 단어도 드문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 말의 어원과 흥미로운 뒷이야기를 함께 알아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쑥대밭'의 어원은 쑥이라는 식물의 생명력과 이를 방치했을 때로부터 연유한다고 한다.
'쑥대밭'은 말 그대로 ’ 쑥이 대(줄기)를 세워 무성하게 자란 밭'을 의미해서다.
쑥의 특성은 생명력이 어마어마하게 강하다는 점이다. 관리를 조금만 소홀히 해도 금방 자라나고, 특히 가을이 되면 줄기가 나무처럼 딱딱해지면서 키가 사람 허리만큼 훌쩍 자라난다. 이를 '쑥대'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 쑥대는 방치의 상징으로 불린다. 원래 곡식을 심던 비옥한 밭이라도 주인이 돌보지 않고 버려두면, 가장 먼저 쑥이 점령해 버린다고 한다.
즉, 사람의 손길이 끊겨 폐허가 된 땅이 곧 쑥대밭인 것이다.
쑥대밭이란 이 표현에는 역사적 배경도 담겨 있다고 한다.
옛날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과 같은 큰 난리가 나면 백성들은 집을 버리고 피난을 갔단 건 당연지사.
난리가 끝난 뒤 돌아와 보면 정성껏 가꾸던 밭과 마당은 온통 쑥대만 가득한 폐허가 되어 있었다고 한다.
여기서 쑥대밭은 ‘전쟁이나
파괴된 상태'를 뜻하는 비유가 된 것이다.
쑥대밭의 다양한 활용 사례를 보면 이 표현은 단순히 '더럽다'는 뜻을 넘어, ’ 질서가 완전히 파괴되었다'는 뉘앙스로도 쓰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우선은 물리적인 파괴나 혼란의 비유로도 종종 등장한다.
언론에서 ”태풍이 지나간 자리는 말 그대로 쑥대밭이 되어 있었다."라는 말을 자주 접하는 게 이를 뒷받침한다.
“강아지가 혼자 집에 있으면서 거실을 온통 쑥대밭으로 만들어 놨네."도 우리가 흔히 하거나 접하는 표현이다.
조직이나 상황이 엉망이 되었을 때도 ‘쑥대밭‘은 어김없이 등장한다.
”그 스캔들 하나 때문에 촉망받던 정치인은 하루아침에 쑥대밭이 됐다." 같은 표현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쑥대빝‘은 심리적인 상태를 표현할 때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만능 표현이다.
“아내의 갑작스러운 이별 통보에 내 마음은 쑥대밭이야” 등의 표현에서 쉽게 느낄 수 있다.
쑥대밭과 비슷한 듯 다른 표현으로는 ‘아수라장'이 아닐까 싶다.
결과적으로 ‘쑥대밭‘은 폐허가 되고 엉망이 된 상태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정적인 느낌 포함), 아수라장은 여러 사람이 뒤엉켜 싸우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 극도로 혼란스러운 현장에 초점(동적인 느낌 강함)이 맞춰져 있다는 생각을 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적절할지는 모르겠지만 ”도둑이 든 집안 꼴은 쑥대밭이었고, 소식을 듣고 몰려온 경찰 등의 사람들로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를 보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쑥대밭‘을 해부하다 보니 ‘쑥대머리'가 불현듯 떠오른다.
판소리 춘향가에서 춘향이가 옥중에서 부르는 노래 중에 ‘쑥대머리'라는 대목이 생각나면 서다. 여태까지는 여기서 쑥대머리 인즉슨은 쑥과 대머리의 합성어인 줄 알았건만, 이 역시 '쑥대밭처럼 헝클어진 머리'를 뜻한다는 것을 사전을 통해 알게 된 것은 무지를 떠나 일종의 뿌듯함이다.
오랫동안 씻지도, 빗지도 못해 머리카락이 쑥대처럼 삐죽삐죽 솟고 엉망이 된 슬픈 상태를 표현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 쑥대밭'이란 한 표현을 통해 우리네 조상들의 탁월한 비유 능력에 혀를 네두르지가 않을 수 없다.
식물이나 주변 사물을 참 기발하게 비유하지 않나 싶어서다.
말을 하다 보면 궁금한 표현이
왜 이리도 많은 건지.. 행여 나만 그러는 건가? 의문부호가 생기기는 한다.
그런데 아니다! “너무나도 다양한 한글의 표현력이 자랑스러워서” 가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