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사바'가 고등어였다고? 그 짭조름한 뒷거래의역사

고등어 숫자 속이기에서 온 사바사바 짜웅의 대명사로 거듭나다

by DKNY JD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거나 써봤을 법한 말이 있다.


바로 “그 일, 사바사바 해서 잘 해결됐어” 같은 표현이다. 윗사람의 비위를 맞추거나, 뒤로 슬쩍 손을 써서 일을 매끄럽게 만드는 모양새를 우리는 흔히 ‘사바사바 한다’고 부른다.


그런데 이 ‘사바사바’의 주인공이 우리가 즐겨 먹는 생선 ‘고등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처음 이 이야기를 접했을 때, 나 역시 “왜 하필 고등어지?”하며 의아함을 금치 못했다.


이 말의 뿌리를 찾아 올라가면 일본어 ‘사바(さば, 고등어)’를 만나게 된다.


여기에는 두 가지 재미있는 설이 전해진다. 하나는 시장 상인들의 ‘숫자 속이기’다. 예나 지금이나 고등어는 성질이 급해 금방 상한다. 그래서 옛날 일본 상인들은 고등어가 상하기 전에 빨리 팔려고 숫자를 아주 빠르게 셌다고 한다. 이때 슬쩍 한두 마리를 빼거나 더하며 자신에게 유리하게 숫자를 속이던 행위를 ‘사바요미(고등어 읽기)’라 불렀는데, 이것이 건너와 ‘사바사바’가 되었다는 설이다.


또 다른 이야기는 좀 더 인간적이다. 과거 내륙 지방이나 관가에서 고등어는 꽤 귀한 대접을 받는 생선이었다고 한다. 무언가 부탁할 일이 있을 때, 궤짝에 고등어 몇 마리를 담아 관원에게 건네며 “잘 부탁합니다”라고 아부하던 풍습에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고등어가 꽉 막힌 일을 뚫어주는 ‘은밀한 열쇠’ 역할을 했던 셈이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정작 일본 현지에서 ‘사바사바하다’라고 하면 성격이 털털하고 뒤끝 없는 긍정적인 의미로 쓰인다는 사실이다.


똑같은 고등어에서 나온 말인데, 우리 땅으로 건너와서는 ‘뒷구멍 아부’라는 묘한 뉘앙스로 정착된 것이 자못 흥미롭다.


우리가 흔히 쓰는 ‘짜웅’이라는 말도 알고 보면 일본어 ‘자웅(암수)을 겨루다’에서 왔다고 하니, 참으로 우리말 속에는 이웃 나라와 얽히고설킨 역사의 흔적이 깊게 배어 있다.


은행의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인출했는데 5만 원권 한 장이 감쪽 같이 사라져 ‘눈탱이 밤탱이’가 된 기분을 느꼈던 요즘이다.


예상치 못한 5만 원 손실에 “젠장!” 소리가 절로 나왔지만, 이 또한 알고 보면 ‘난장을 맞을’ 정도로 괘씸하다는 조상들의 거친 탄식에서 온 말이라니... 우리가 쓰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참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사바사바든 짜웅이든, 결국은 사람이 살아가며 난관을 헤쳐 나가려는 몸부림에서 나온 표현들 아니겠는가. 비록 어원은 조금 씁쓸할지 몰라도, 그 속에 담긴 비유의 힘만큼은 우리네 삶을 참으로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오늘도 한글의 깊고 넓은 표현력 앞에 다시 한번 자랑스러움을 느끼며, 다음엔 또 어떤 단어의 속살을 들여다볼까 하는 기분 좋은 호기심이 생긴다.


나만 그런 걸까? 아니, 우리말을 사랑하는 이라면 누구라도 그러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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