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돌아보는 좋은 수단은 ‘차’
사람들에게 차(茶)와 술(酒) 사이에서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무엇을 먼저 고를 까?
많은 이들이 차를 택한다. 차가 가져다주는 평온함과 여유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소설가 한승원 씨의 책 《차 한잔의 깨달음》속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차는 깨달음 그 자체는 아니지만, 깨달음을 낳는 자궁은 된다” 참 어렵지만 , 멋있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찻잔 앞에서 멍 때리고 있자면, 편안함이 엄습해서 탐욕과 허영, 그리고 우리가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만자 돌림 삼 형제’가 사라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도 차가 가져다주는 매력이다. ‘
‘자만’, ‘교만’, ‘태만’이 어느새 사라지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는 것이다.
경남 산청 지리산 자락의 차의 달인, 산야초 여인 전문희 씨는 항상 “우리에게 맛, 향, 색 세 가지를 즐길 수 있는 차는 인생의 진리와 똑같은 과정을 겪는다”라고 말한다.
“겨우내 긴 추위를 견뎌내며 동토에서도 아래로 곧게 뿌리를 내리는 차는 유년기를 이렇게 보내다가 이어 맑은 공기와 햇살을 받으며 청소년기를 보내고는 찬 바람과 이슬이 내리기 전 성년기를 맞아 우리에게 아낌없이 맛깔스럽고, 고품격적인 차를 선사한다”는 것이다.
“다 자란 어린 찻잎을 따서 찌고, 덖고, 말리는 과정을 수차례 반복하면 다시 한없이 쪼그라드는 데 여기까지의 이 모든 과정이 인간의 삶의 여정과 너무나 유사하다”는 게 그녀의 지론이다. 상당히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낙엽이 떨어지며 스산한 날씨가 스멀스멀 우리 앞으로 다가오는 가을이다. 금방 늦가을이 되고 초겨울을 맞이한다.
이즈음에 ‘애프터눈 티’를 즐기자고 권해 본다. 자기 자신만을 위한 망중한의 시간을 가지면서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이름의 잉글리시 블랙퍼스트나 페퍼민트, 캐머마일 또는 전통차 녹차 등의 차를 즐겨 보자. 이 차, 저 차 섞어서 브랜딩 티를 마시는 것도 나쁘지 않다.
차와 어울리는 마들렌 같은 디저트를 자신에게 주는 상으로 여기면서 셀프 시상식을 하는 것도 굿 어이디어다.
차와 디저트는 정말 좋은 조합, 굿 페어링이라고 여겨진다.
‘티 타임’은 개인에게 일상에서 벗어나 작은 위안을 가져다주는 전령사다.
우선 주부들에게는 아이들과, 또 집안 일과 씨름하며 열심히 달린 하루를 스스로 위안받고, 삶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내려놓게 해주는 좋은 방편이 될 수 있다.
주부들에게 있어 ‘애프터눈 티타임’은 정말 자신이 자신을 사랑하는 ‘신의 한 수’다.
따뜻한 물에 티 백을 담가 울여 내 마시자. 거름망에 차 잎을 넣고 우려서 마시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서양 차는 3분 이상, 중국차는 1분 내외 우려내야 제 맛이 나는 것은 개인적 경험이다. 참고하면 좋겠다.
다음으로는 차는 만남과 소통의 시간을 동반해 준다. 선인들은 차를 통해 만남과 소통을 나누었다. 차 한잔 하자는 말은 대화하자는 말의 은유법인 셈이다. 차를 마시는 것은 사람과 정감을 나누는 일이며,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고 감응하는 힘을 선사한다.
소통의 화신인 것이다.
차를 마시는 일은 속도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빨리빨리’ 문화, 즉 첨단 디지털 시대에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역발상을 꾀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핍박한 현실 속에서 무조건 앞만 보고 무한 질주하는 자신을 잠시 돌아보고, 상실했을지도 모르는 인간성을 회복하고 자연과 더불어 조화롭게 사는 세상의 이치를 일 순간 음미할 수 있다.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일종의 비타민 내지는 영양소라고 여겨져서 하는 말이다.
한 잔의 차는 자신을 보다듬고 세상을 깨닫게 하고 어떻게 살 것인가를 끊임없이 성찰하게 만드는 마법과 같은 힘이 있다.
한 잔의 차를 통해 마음 다스리는 법을 배우자고 권해보고 싶다.
술 권하는 사회보다 차 권하는 사회가 강행하는 것도 나빠 보이지 않는다.
‘심 외무 차’(心外無茶: 마음을 떠난 차는 어디에도 없다)를 되뇌면서 매일 매을 차 한잔 마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