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KNY JD Jan 08. 2023

재귀대명사 ‘자기’에 탑승한 자기 정복!

사랑하는 사람에개 부르는 호칭, 자기 전격 해부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성을 부르는 호칭을 무척 다양하게 구사하는 편이다.


여보, 자기, 서방님, 마나님, 마누라, 당신, 남편(아내), xx 씨, xx 엄마, 하다못해 선배, 여자가 남자에게도 형, 오빠, 누나, 신랑, 와이프, 허즈밴드 등등 정말 다채롭다.


영어에서는 darling, honey, baby, sweetheart 등으로 생각보다 단조롭다.


이 외에는 딱히 떠오르는 단어가 없다. 잘 몰라서 인 지는 모르겠지만…


하니하면 꿀인데,  꿀의 달콤함을 연인 간에 대입시켜  만의 사이를 달콤함에 비유하는 영어 표현은 퍽이나 센스가 있는 것 같다.


스위트허트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달콤한 심장’ 이라니, 약간은 오글거릴 수도 있으나 미국인들은 정말 자연스럽게 호칭한다.


다양한 호칭 중 ‘자기’가 언제부터 인가 대한민국에서 연인 간의 호칭을 압도하고 있다.


여보로 일관되었던 이성 간의 호칭에 일대 변혁이 생긴 건 1970년대 이후다.


자기는 ‘그 사람 자신’이 본 뜻이다.


본래는 3인칭 재귀 대명사이나, 20세기 후반부터 2인칭으로 쓰이기도 한다.


재귀대명사는 주로 영어에 등장하는 문법의 한 종류다.


“앞에 제시된 체언을 도로 나타내는 삼인칭 대명사”다.


대명사라 함은 ‘사람이나 사물의 이름을 대신 나타내는 인데 여기에 재귀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가는 기능이 얹혀 있으니 앞의 표현을 다시 나타내는 이른바 ‘선행(先行) 삼인칭 대명사’라는 엄청 어려운 정의가 내려진다.


이 같은 어려운 사전식 정의를 쉽게 풀어 보고 싶건만, 우리말로 딱히 이해가 쏙 가는 표현을 구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 ‘자기’, ‘당신따위가 주로 연인 간에 상대방을 부르는 단어다.


애인 간의 호칭이 바로 이 ‘자기’다.


이런 배경을 갖고 있는 단어 자기는 나이  사람들 중에는  쑥스러운 나머지, 손사래를 치며 차마 입에 달지 못하는 경우도  된다.

자기야!


주로 여성 이 어느 정도 친밀한 상대방에게 부르는 호칭이지만 언젠가부터 이성 간에 상호 간의 애정 존중을 담은 호칭으로 변신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여성과 달리 남성은 그다지 사용하지 않는 편이다.


대체로 이름을 부르거나 '여보'라는 호칭을 더 많이 쓰기 때문이다.


드라마 ‘자기야 - 백년손님’ 이후 남성들의 ‘자기야!’ 호칭이 크게 늘었다는 분석도 있으나 구체적인 통계를 제시하기가 어려운 탓에 백업 데이터는 옹색한 편이다.


“‘~ ~ 자기야~ “라는 드라마  대사가 유행어로 등장하면서 호칭 ‘자기 국내 확산 속도는 가속이 붙었다”는 정도다.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출연하는 게스트들에게 '자기님'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자신을 호칭하는 단어 ‘자기’가 연인 간의 호칭으로 변모한 건 자신만큼, 아니 자신보다 훨씬 사랑하는 상대방을 존중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영어 표현을 바로 대입해 본다. Honey! !!  어색하다. 남자를 부쳐 본다. ‘ !’ 그래도 어색하다.


암만 생각해도 그나마 익숙해서 인지, 우리에겐  ‘자기 가장 어울리는 이성 간의 표현이다.


자기의, 자기에 의한, 자기를 위한자기만의 연인이 존재하는  아름다운 관계만인 사이에 ‘급전파’ 되었으면 하는 게 일요일 아침 작은 바람이다.


아니 소망이다.



이전 03화 LA 갈비 그것이 알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