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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긴개긴’

‘도찐개찐’, ‘도찡개찡’ 아니랍니다.

by DKNY JD

‘비슷하다’라는 우리네 표현 역시, 퍽이나 다양하다.


지인이 보내온 톡에 ‘도찐개찐’이라는 표현이 있었기에, 정확한 표기가 무엇일까?라는 평상시 궁금증이 발동, 인터넷 서핑을 시도해 보고는 느낀 점이다.


‘컬러풀 스토리’라는 사이트에 자세한 설명이 있어서 이를 토대로 ‘도진개진’에 관한 실체 해부 여행을 떠나본다.


흔히 우리가 사용하는 도찐개찐은 '도긴개긴'의 잘못으로 비표준어다.


‘조금 낫고 못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본질적으로 비슷하여 견주어 볼 필요가 없음'을 뜻하는 단어는 '도긴개긴’을 써야 올바른 표현이다.

‘도긴개긴'은 윷놀이 용어다


여기서 '긴'은 '윷놀이에서, 자기 말로 남의 말을 쫓아 잡을 수 있는 거리'를 나타내는 일종의 거리 표시다.


즉 긴은 윷놀이에서 말이 간 거리이므로

도긴하면 ’도‘가 간 거리이고 개긴 하면 ’ 개‘가 간 거리를 뜻한다.

윷놀이에서 전진하는 방법으로는 도, 개, 걸, 윷, 모가 있다.


도가 나오면 말을 한 칸, 개가 나오면 두 칸 이동시킨다.


도와 개는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도가 간 거리(도긴)나 개가 간 거리(개긴)는 굳이 견주어 볼 필요가 있을 정도로 큰 차이가 나질 않는다.


따라서 이렇게 비슷해서 견주어 볼 필요가 없는 경우를 가리켜 ’ 도긴개긴'이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따라서 종종 ’ 도찐개찐‘, 도진개진'이라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데 이는 오기다.


’ 도긴개긴'이 맞는 표현이다.

도긴개긴(O)

도찐개찐(X)

도진개진(X)


이와 비슷한 표현은 ‘도토리 키재기'가 아닐까 싶다.


도토리는 갈참나무, 졸참나무, 물참나무, 떡갈나무 따위의 열매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주로 묵을 쑤어 먹는 식재료로 사용되고 있고 다람쥐등의 최애 식품이기도 하다.


이는 정도가 고만고만한 사람끼리 서로 다툼을 이르는 말인데 ’비슷비슷하여 견주어 볼 필요가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우리가 봤을 때 도토리는 크기가 다 고만고만하다.


고만고만한 도토리들이 키를 재봤자 별 의미가 없어서 나온 말, 아니 속담이다.


사자성어에는 대동소이(大同小異)가 있다.

큰 차이 없이 거의 같음을 의미한다.

’ 오십보백보‘도 유사한 표현이다.


조금 낫고 못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차이가 없음을 이르는 말인 것이다.

’ 막상막하‘도 떠오른다.


더 낫고 더 못함의 차이가 거의 없음을 이를 때 쓰는 표현이다.

난형난제도 비슷한 표현이다.


누구를 형이라 하고 누구를 아우라 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두 사물이 비슷하여 낫고 못함을 정하기 어려움을 이를 때 쓰는 표현이다.

또 역량이 서로 비슷비슷한 위세를 부릴 때는 호각지세를 쓴다.

혹자는 개긴 도 길을 개찡도찡으로 발음하는 데 익숙한 나머지, 일본어로 착각하는 이들도 꽤 된다.


발음상 '도긴개긴'보다는 '도찐개찐'이 더 편해 보이기는 하지만, 이제부터는 표준어인 '도긴개긴'을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


표준어 사용은 사회의 한 규범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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