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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계쓰홀릭 Apr 03. 2022

반짝 반짝 빛나는 너의 말 #008 자전거

네가 꿈꾸던 것, 내가 꿈꾸던 것

어릴 적 세 살 터울의 언니와 자전거 시작 시기가 차이나는 관계로 내가 자전거 타기 시작할 무렵 우리 집 어린이 자전거에는 이미 보조바퀴가 떼어지고 없었다. 자전거를 세워둘 공간도 충분치 않아 나를 위한 자전거는 따로 없었고, 대신 킥보드(당시엔 씽씽카)와 인라인(당시엔 롤러브레이드)이 내 몫이었지만 그 이후로 나는 두 발 자전거를 배울 기회가 없어서 고등학교 때와 대학교 때 친구들이 자전거를 빌려 타면 뒷자리를 얻어 타거나 혼자 네 발 자전거를 타곤 했다.


그 기억 때문인지 우리 아이들은 꼭 시기에 맞춰 자전거를 장만해줘야지 하다가 첫째가 7살이 된 올해 중고거래로 18인치 자전거를 두 대 구입했다. 그리고 어제는 날씨가 좋아 자전거와 귀여운 헬맷을 개시하고 처음으로 태워보았다.

첫째가 처음 한바퀴를 돌 때 따라다니며 기분이 어떠냐고 물으니, 너무 행복하다며, 꼭 자전거와 친구가 된 것 같다고 한다. 이런 말을 들으면 엄마는 뿌듯함이 몽글몽글 피어오른다.


둘째는 놀이터에서 몇 바퀴 돌더니 말한다.

 … 공룡 세트 같지 않아? 자전거도 공룡, 헬맷도 공룡, 신발도 공룡이잖아. 그리고자전거가 너무 커서  자전거가 형님같아.”

아무래도 자기 몸에 비해 자전거가 버거운 느낌이 들었던 모양이다.



단지  놀이터에서  바퀴 돌고 점점 자신감이 붙었길래 

“조금 더 멀리 가볼까?” 하고 물으니

첫째가 대답한다.

그럼~! 좋지!!  아주 자신당당하다구!”


처음부터 침착하게 타기 시작한 첫째 딸과 아직 다리가 짧아 안장을 가장 낮게 내리고 어설프게 시작한 다섯 살 둘째 모두 안양천까지 4시간의 라이딩을 마치고 오니 무척 기특했는데.. 자전거에 몰입한 둘째와 달리 여유로운 첫째는 내내 수다가 끊이지 않는다.


“엄마, 지금 이렇게 일곱 살이 되어서 자전거를 타고 공원에 나오는 건 바로 내 꿈이었어. 아 물론 진짜 내 꿈은.. 나중에 되고 싶은 건 발명가이지만 말이야.”


“너무 좋다! 자전거가 이렇게 재미있을 줄이야. 생각했던 것보다 훠얼씬 재밌어!”


“엄마, 내가 제일 아끼는 물건이 뭔 줄 알아?”

“음.. 자전거?”

“맞아! 이제 티니 하트 윙은 2등이야. 자전거가 최고야!”

하루의 소감을 물으니 이렇게 대답한다.


“똥꼬가 조금 아프지만 너무 재미있었어. 내 궁뎅이는 몰랑궁뎅이도 아니고 딱딱궁뎅이도 아니고 보통궁뎅이라서 그런가 봐.”


아이들이 더 크기 전에, 날씨가 더워지기 전에 부지런히 데리고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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