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마음의 풍경이다

by 김세은

말은 마음의 풍경이다


운수 좋은 날, 우연히 설거지를 하며 무심코 듣던‘말’이야기에

순간 손을 멈추게 한다.

그날 평소 우리가 가볍게 툭툭 던지는 말의 무게에

귀 기울이며 듣게 되었다.


“말은 사람의 생각이나 감정을 담는 소리다.”


사전적 정의는 담백했지만, 이어진 설명은 내 마음에

깊게 와 닿는다.

말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라,

내 안에 존재하는 거대한 세계가 타인의 세계로

건너가는 유일한 통로라는 것.

‘눈에 보이지 않는 다리’라는 표현이 오래 남았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광장, 아고라로 간다.

말 솜씨 하나로 설득하고, 결백을 증명하고, 승리를 쟁취해야 했던 공간.

그곳에서 소피스트들은 화려한 수사와 교묘한 논리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감정을 자극하고, 본질을 흐리며, 결국 이기는 것이

목적이던 말의 세상.


하지만 생각해보면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소비자의 심리를 파고들어 구매 충동을 일으키는 광고,

이기기 위해 선거의 프레임을 짜는 정치의 언어,

법정에서 의뢰인의 이익을 위한 변론.

말은 여전히 힘이고, 때로는 지배의 도구다.


그 시대,

화려함 뒤에 숨겨진 공허함과 서로의 신뢰가

무너져 사람들은 지쳐가고 있었다.


그때 나타난 ‘아리스토텔레스’의 변

현실적이면서도 인간적인 설득의 세가지 요소를 말해준다.


<에토스•파토스•로고스.>


에토스는 ‘누가 말하는가’이다.

신뢰와 인품, 삶의 태도.

결국 사람은 말보다 사람을 믿는다는 사실.


파토스는 ‘어떤 마음으로 듣는가’이다.

인간은 차가운 논리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상대의 아픔과 기쁨을 읽어낼 때 말은 비로소 다가간다.


로고스는 ‘무엇을 근거로 말하는가’이다.


합리성과 증거는 설득의 최소한의 예의다.

그러나 에토스와 파토스가 빠진 로고스는

햇살이 아니라 칼날이 되기 쉽다.고 전한다.


‘교언영색선의인(巧言令色 鮮衣仁)”

공자의 말도 떠오른다

“말을 교묘하게 꾸미고 얼굴빛을 좋게 하는 사람 중에는

어진 이가 드물다 했다.”

화려한 언변보다 중요한 것은 진심이라는 오래된 가르침.


또한 한비자는 설득의 어려움이 지식과 능력의 부족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읽지 못하는 데서 온다고.한다.


모든 사람에게는 ‘역린’이 있다.

건드리면 아픈 부분, 드러내고 싶지 않은 자존심.

말은 내가 내뱉지만, 완성은 듣는 이의 마음속에서 이루어진다.


무수히 해온 말,말,말.

나는 얼마나 상대의 주파수에 귀 기울이며 말하고 있었을까.

혹시 내 옳음을 증명하기 위해

누군가의 역린을 무심히 건드린 적은 없었을까.


“말은 내용 7%, 목소리 38%, 나머지는 표정과 몸짓으로 분류된다고.


결국 말은 문장이 아니라 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정한 대화는 서로의 정서적 파동을 맞추는 동기화 과정이라는 말이

새삼 흥미로웠다.


말은 곧 내 마음의 풍경이다.

마음의 정원에 무엇을 심었는지,

어떤 생각을 키워왔는지가 말의 향기로 드러난다.


“내 말이 곧 나구나!”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타인의 삶에 어떤 궤적을 남길지…

무거웠지만 깨우침을 주는 귀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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