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사랑
김세은
올해도 어김없이 호국보훈의 달 6월이 왔다.
해마다 이맘때면 현충원에 가족들과 함께 다녀온다.
94세의 노모는 “올해가 마지막이 될지도 몰라” 하시면서 재촉하신다.
어머니를 모시고 남동생과 함께 아버지께서 잠들어 계신 그곳 충혼당으로 향했다.
젊은 육군 장교로 6.25전쟁에 직접 참전하시고 치열한 전투에서 총상을 입으셨고
돌아가실 때까지 전쟁의 상흔으로 손수 치료하시며 인고의 세월을 견뎌내신,
10년전 87세로 현충원에서 영면에 드셨다.
작년 현충일 당일 갔다가 그 넓은 공간에 자동차가 오도가도 못하게 막혀서 몇 시간을 뜨거운 열기에 갇혀 있었다. 머리를 짜내서 전날 다녀오기로 의견을 모았다.
현충원 마당에 들어서니 내일 기념식 준비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공무원 이외에는
참배하시는 분이 띄엄띄엄 보일 뿐 한가로운 오후였다.
매번 느끼지만 엄숙하고 경건한 분위기에 창 밖으로 보이는 끝없이 펼쳐진 묘비들을 지나며 만감이 교차함과 동시에 어떤 감정인지 모를 뭉클함과 나라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시간이였다.
자주 독립 위해 일제에 항거하신 순국선열,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산화하신 호국영령, 민주주의를 꽃피우신 민주열사의 헌신이 있는 곳이다.
6월6일 제 69회 현충일 추념식 “대한민국을 지켜낸 당신의 희생을 기억합니다”
를 주제로 열린다.
옆에 새롭게 제2충혼당 건물이 완공되고 바로 옆 야산에 공원을 조성하여 쉼터의 공간을 마련하는 등 작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고귀하고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대한민국 호국보훈의 성지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년 봄 벚꽃이 눈송이처럼 하얗게 휘날릴 때 다시 찾고 싶다.
추모의 마음을 바치며 돌아서는 발자국에 또 다른 감회와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절로 남게 한다.
천년 만년 늙지 않으실 것 같았던, 가르치는 것을 천직이라 여기셨던 분,
우리 모두에게 가족사랑, 나라사랑이 뭔지 가르치시고, 넓고 깊은 산처럼 울타리가 되어 주셨던, 강직하시고 때론 엄하셨지만 자상한 스승님 같은 나의 아버지.
몸무게 1.6kg로 태어난 첫딸의 팔을 들어 올리며 “어떻게 살이 붙었지” 대견하게 바라보셨던 추억, 친구들 만나 좀 늦게 들어오는 날이면 대문 밖에서 서성이셨던, 일찍 다니라며 야단 치시던 기억들이 새삼 떠오른다. 그 당시는 참 많이 속상 하고 서운했었는데. 아버지의 사랑이였음을…
아버지의 딸이여서 행복했고, 자랑스러웠고 자부심과 자긍심을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아버지의 사랑! 오늘 유난히 절절하게 당신이 그립습니다.
< 현충원 전경 >
2024.0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