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요리하듯
김세은
매일 먹는 저녁 오늘은 뭘 해서 먹지? 아마 주부들의 공통된 고민거리다.
무엇으로 정할까? 메뉴를 선택하고 적절한 재료가 있는지 확인해보고 어떻게 만들까 고민한다.
오늘은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메뉴 닭다리 바베큐를 만들어 볼까?
메뉴: 바베큐 주재료: 생 닭 양념: 청량고추, 양파, 파, 마늘 등 잘 배합 해서 만들어 보자.
불현듯
이번 주는 어떤 주제로 글을 쓸까? 소재와 내용은? 닭을 먼저 기름에 노릇노릇
굽다가 생뚱맞게 생각이 겹친다.
어? 어딘지 글쓰기와 많이 닮아 있다. 정말 그렇네!
“이걸 생각해 내다니? 대단하고 신기하다!” 콜럼버스가 신대륙 발견했을 때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글쓰기는 요리다” 라는 문구를 감히 만들어 낸다. 나는 천재인가? (ㅋㅋㅋ) 어디서 본듯한 문장인데
“ 수필은 청자연적(靑瓷硯滴 )이다”
국어 교과서에 실려있던 피천득님의 글이 기억난다.
“균형 속에 있는 눈에 거슬리지 않는 파격” 여유를 가지고 요리하듯 글쓰기도 그와 같은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격하게 공감 되는 구절이다.
글 쓰기 전에 주제를 선택하고 소재를 발굴하고 단어와 단어, 문장과 문장,
경험 등을 잘 조율해서 하나의 완성된 작품을 만들어 가는 것과 신선한 재료와 손맛을 발휘해서 여러 가지 양념으로 잘 버무려 만들고자 하는 요리가 완성되듯
글쓰기와 요리과정은 매우 흡사하다.
아무것도 없는 백지에 생각과 감성, 주제에 맞는 정서를 담아내는 일,
밋밋한 나무에 조각을 하고 거칠고 모난 돌을 다듬어 작품을 만드는 일,
빈 오선지에 음을 채워가며 곡을 만드는 작업, 공간 및 시각의 미를 표현하는 예술과도 같은 맥락이란 생각이 든다
맛난 음식을 완성하는 일 글쓰기와 같이 창의력을 바탕으로 한 위대한 작업이다.
흑백요리사란 드라마 속 요리사들의 경연을 보며 단순한 기술을 넘어
작은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고 정성과 철학이 담긴 요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깊은 울림과 감동을 받았다. 글이 창조되는 과정과 많이 닮았다.
똑 같은 재료를 가지고 만들어도 정성과 솜씨에 따라 퓨전음식이 되기도 하고 구수한 된장 찌게 맛이 나오듯, 글쓰기도 쓰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맛과 멋을 부릴 수 있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가족들과 사랑을 나누듯 좋은 글 역시 누군가와 함께하며 좋은 피드백과 느낌을 서로 공유하고 공감을 얻어 온다.
맛깔스럽게 만든 음식처럼 글도 읽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기억에 남는 감동이 흐르는 글! 나도 그렇게 쓰고 싶다.
“풍부하되 한마디 군더더기가 없고
축약했으되 한마디 놓친 게 없다”
-당송 8대가의 하나인 한유(韓愈) 의 편지에서-
2025.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