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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 시간을만나다

by 김세은

박물관에서,시간을 만나다

김세은


어제는 여고동창 네 명이 중앙 박물관 가기로 한 날!


용인에서 출발해서 수인분당선, 신분당선, 9호선, 4호선 4번의 환승을 하면

1시간 12분.

최소 환승으로 수인분당선과 4호선만 이용하면 1시간 37분이지만 긴 시간 지루함을 책으로 달래며 가보자.


드디어 이촌 역 2번출구! 기다리는 반가운 얼굴들! 얼싸안고 웃고 떠든다. 누가 보면 공항인줄!ㅋㅋㅋ


중앙박물관 앞에서니 멀리 남산타워 배경으로 웅장하고 드넓은 광장이 시야에 들어온다.

어마어마한 위용에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비가 온다는 예보도 있었지만 그리 덥지 않는 청명한 날씨! 덤이다.

죽녹원 길이 연상되는 대나무 숲 사이를 통해 건물 안에 들어서니 12시!


“먹는 것부터 해결할까?” .

서툰 키오스크로 우거지국, 우동, 비빕밥, 취향껏 주문에 성공! 와우!

4명분이 \43,500원! 외부음식점 보다 많이 착하다.


1시부터 해설자 투어 시작이라 비싼 커피 대신 편의점에서 얼음 넣은 커피

주문하고 줄서서 기다린다.

값싸서 정겹고 시원한 커피 들고 애들처럼 한 컷 요란하게 담는다.


오후 1시! 1층 선사, 고대 관부터 시작이다.

구석기부터 통일신라까지 쭉 이어진 인류의 궤적을 따라가며 자세하게 설명해 주어 완전 몰입하며 볼 수 있었다.

조개무지 속에서 발견된 토기, 동물 뼈, 생활쓰레기 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보는 내내 신기했다. 특히 영상미가 돋보였다.

조개 껍질의 탄산칼슘이 산성 흙으로 중화되어 오래 남을 수 있었다는 설명도

흥미로웠다.


직접 옮겨다 놓은 진흥왕 순수비, 광개토대왕 비문은 그 크기와 무게 감이 대단했지만 그 속에 담겨진 의미를 되새기게 해주었다.

연꽃무늬의 수막새 문양을 발해, 신라, 일본문화와 비교 설명하며 들으니 미세하게 다름이 보였다.


똑같아 보이는 기마 인물상의 세부설명도 당대의 왕족과 신하들의 신분의 차이가 엄격했음을 보여준다.

농경 담은 청동기 유물에서는 인간과 자연의 오래된 관계를 엿 볼 수 있었다.

사회지배자의 무덤에서 출토되는 청동 검, 철기의 등장으로 중국과 교류했던 상황도 보여준다.

통일신라의 불교식 장례 방식(화장)을 볼 수 있는 여러 종류의 “뼈단지”(유골함)가 진열되어 있는데 지금의 화장 문화와 어딘지 닮아 있다.


통일신라시대 여왕의 금관에 대한 설명에서는 눈부시게 화려하고 찬란함만 보아왔는데, 단순한 장식이 아닌 하나하나의 의미가 부여된 것이라는 사실이 꽤 인상적이었다.

특히 역사시간에 공부했던 동서남북의 주관하는 사신 청룡, 백호, 주작, 현무 설명에서 무조건 암기했던 ‘사신도’ 이제와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고구려 벽화에서 몸소 떠온 귀한 작품을 볼 수 있다니!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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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마지막 날이라 특별전시회 “마나모아나”(MANAMOANA)도 공짜로 관람하는 행운을 얻었다. 태평양 섬들의 종교의식과 토속적인 신화는 생소하면서도 기이한 느낌을 주었다. 언어는 통하지 않아도 삶과 죽음을 마주하는 방식은 어딘가 맞닿아 있었다.


사실 오늘의 계획은 1층부터 3층까지 완주 하기로 했지만

1층 선사, 고대관(구석기 ~통일 신라시대까지)부터 시작해 인류의 삶의 궤적들을 해설로 들으며 관람하다 보니 시간은 저만치 달아나 있었다.

2층, 3층은 구경할 엄두도 못내 포기 했다. 다음을 기약하기로 하고,


건물 밖으로 나왔다. “가족공원 가는 길” 팻말이 따라 걷자

야외 석탑과 석등이 나무 나무 사이에 자연스럽게 어울어져 고즈넉한 풍경을 자아 낸다.

수정처럼 맑은 물위에 연꽃이 둥둥 떠 다니고 위로는 멀리 남산타워가 보여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 하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 우정을 담아 여러 장의 추억을 남긴다.


흙먼지 속에서 살아 남은 토기 하나에도, 금빛 찬란한 왕관에도 수천 년의 흘러온 시간들이 다소곳이 담겨 있다.


그리고 문득 깨닫는다.

몇 만년전의 인류가 살아온 길을 우리가 이렇게 만나듯, 지금 이 하루도 언젠간 누군가에게 역사가 되겠지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시간도, 어쩌면 먼 미래의 유물이 될 거구요!


그 때가 오면 지구는? 어쩜 달나라 혹은 다른 행성에서 지금을 기억해 줄까요?

2025.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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