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의 숲에 다녀오다
김세은
일주일 전 직장 선배 어머니의 부음을 들었다.
한 달 전 모임에서 올해로 100세가 되셨다고 한다.
천수를 누리셨다고는 하나 사랑하는 엄마를 떠나 보내는 이별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95세의 엄마를 둔 내 마음도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마음 한구석 짠하고 먹먹함이 밀려 왔다.
우리는 호상이다 라는 말 참 쉽게 하지만 어느 누구든 다시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사무치게 그리워 질것이고 엄마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질 것이다.
외동딸인 80세인 선배가 홀로 15년간 케어해 왔는데 요 며칠 전부터 식사를 못하시고 눈만 깜빡 깜빡 거리시며 거의 의식이 없는 상태로 요양병원에 누워 계셨다.
용인 평온의 숲은 용인 처인구 이동읍 외진 곳에 위치하고 있는 종합 장사 시설로 넓은 부지에 다양한 형태의 화장장, 봉안시설, 잔디장, 수목장 등 한곳에서 이용할 수 있고 시립 에서 운영하고 있어 일반 상조회 비용 보다 많이 저렴 하다고 한다.
선후배 사이인 4명은 서울 지하철 역에서 만나 기흥 역에서 합류 하기로 했다.
교통 편이 마땅찮아 용인 경전철를 타고 중앙시장 역에 내려 TAXI를 타고 갔다.
5명인 관계로 10,000원을 더 드린다고 사정사정해서 억지로 구겨 타고 돈 벌었다는 뿌듯함으로 그곳에 도착했다.
용인 평온의 숲은 드넓은 대지에 이름 그대로 평온했다.
잔디장 팻말이 붙어 있어 생소하고 조화로 보이는 꽃들이 즐비하고 질서 정연하게 소리 없이 앉아 있었다.
잔디장이란 자연장의 한 형태로 화장한 유골의 골분을 잔디 등의 밑이나 주변에 묻어 장사하는 곳이라고 나중에 알았다. 수목 장은 많이 들었는데..
빈소를 찾아 국화 한 송이 올려 드리고 식당에 가보니 한 테이블에 친척인 듯 앉아있고 텅 빈 식당은 넓은 운동장에 홀로 서있는 듯 공허한 느낌이다.
곡 소리 울음소리 없어 마음은 다소 편안했지만 적막하고 고요해 쓸쓸함 마저 주었다.
가족 친족들이 별로 없고 문상객이 많지 않을 것 같아 상조회사 보다 비용이 적게 들고, 화장에서 봉안까지 한 장소에서 장례를 치를 수 있어 이 곳을 택했다고 한다. 이곳 저곳 옮겨 가며 지내지 않아 편리한 면도 있다고 했다.
가족끼리 지낼까 하니 아무도 오지 말라고 먼 곳으로 정했다고 한다.
그래도 먼 길 문상하고 돌아오니 잘 다녀온 것 같아 마음이 가벼워졌다.
얼마 전 선배 어머니 드시라고 먹음직스럽게 익은 말랑한 홍시 먹기 아까워 선물 했는데
“밥도 전혀 못 드셨는데 네가 준 홍시 잘 드시고 가셨다” 고맙다고 말씀해 주신다. 마음이 훈훈해지고 “정말 잘 했구나!” 대견한 생각이 들었다.
선배 어머니를 배웅하고 돌아오는 길은 만만치 않았다.
정류장까지 데려다 주었지만 버스회사에 전화하니 1시간이나 기다려야 한다고 감정 없이 얘기 한다.
이곳 저곳을 검색해서 TAXI 한대 호출하니 20분쯤에 후에 도착했다.
5명이라 구겨 넣은 짐처럼 낑겨 무사히(?)기흥 역에 도착했다.
북적북적한 장례식만 보아 온 터라 형제 자매와 가족들이 없어 쓸쓸하고 문상객이 없어 허전했다. 낮 시간이긴 했지만.
텅 빈 테이블을 보며 앉아 핸드폰만 들여다 보는 도우미 아주머니도 보기에 민망하고 어색해 시간도 못 채우고 보냈다고 한다.
세상 떠나는 날 엄숙하고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고인을 보내드리는 것도,
여러 명의 형제 자매와 친척들이 북적이며 고인의 삶을 돌아보고 추모하며
따뜻한 위로와 배려의 마음으로 슬픔을 나누는 일,
장례를 통해 관계의 소중함과 공동체적 삶의 중요성을 깨닫기도 한다.
장례는 고통스러운 이별 과정이다. 그 빈자리가 얼마나 깊은 슬픔을 남기는지 애닯고 힘든 시간이지만 누구나 비켜갈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그것이 살아 남은 우리들의 몫인것을…
평온의 숲을 다녀오면서 어떤 이유든 검소하고 간소한 장례에 대한 생각을
잠깐 해보았다.
봉분 있는 매장보다는 친환경적이고 넓은 공간을 차지하지 않기 때문에
좁은 땅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들게 한다.
이 글을 통해 다시 한번 선배 어머니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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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원에 계신 아버지의 장례의식 절차과정을 꺼내 보며 그날의 슬픔을 다시금
젖게 한다. 오래 전 떠난 아버지가 더 더욱 그립습니다.
2025.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