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여행
김세은
두 달 전 모임에서 계획한 SRT 기차여행 30여년간 같이 운동하는 친구들, 공을 사랑해서 이름도 공사랑 모임이다.
오랜만에 무거운 가방 떼어내고 여행 자체를 즐기는 순수한 나들이다.
봄의 정취를 오롯이 누릴 수 있다는 생각에 마냥 설레며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한다.
분당팀 3명은 수서에서, 용인팀 2명은 동탄에서 탑승하고 대전역으로 향했다.
새벽 출발이라 동탄역 지하4층에서 김밥과 커피를 준비해 아침을 차 안에서 해결해야 했는데 출근하는 승객들과 함께여서 뻘쭘하고 민망함 마저 들었다.
수서에서 오전 07:05 분에 출발해 1시간 30분만에 대전역에 도착했다. 일행은
호국철도광장 앞 대기중인 24인승 버스차량에 현지인솔자와 만나 탑승했다.
2시간여만에 도착한 죽녹원! 10여년 전 여름휴가로 해남여행 길에 잠깐 들러 가족들과 함께 산책했던 곳, 시원한 그늘과 바람소리 듣던 그 여름을 기억한다.
울창한 대나무 숲길, 숲 산책로 따라 쭉 뻗은 대나무의 향기와 신선한 청량감을 느끼며 걷는다. 산책로 마다 매력적인 길 이름이 붙어 있는데 “운수 대통 길” “사랑이 변치 않는 길 등.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길”에선 옆 친구들이 목청을 돋우며 숲 사이로 크게 소리친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
줄에 대롱대롱 매달린 등, 대바구니를 엎어 놓은 모양이 4월 초파일에 연등을 연상케 한다. 제법 운치있고 멋스럽다.
2시간의 여유롭고 싱그러움을 뒤로하고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숯불 떡갈비정식, 죽통밥에 산해진미를 방불케 한 밑반찬 가짓수가 10가지 이상이고 입맛에 맞게 깔끔하게 차려졌다. 식후 커피 한잔하고 다음 코스로 향했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길, 한국관광공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
여름에 어른스런 울창한 푸르름, 가을에 붉게 솟아 하늘을 가리던 메타세콰이어는 많이 보아 왔지만, 진한 갈색 가지에 푸른 새순이 돋아나 귀엽고 앙증맞은 모습은 처음 보는 풍경이다. 아기의 예쁜 미소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마침 단체 여행 온 듯 유치원 아이들의 재잘재잘 거리며 줄 서서 따라가는 모습이 마치 병아리들이 삐약삐약 거리며 어미 닭 쫓아가는 모습과 어딘지 닮아있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새어 나온다. 뒤돌아보며 아이들과 손을 흔들며 동심에 젖어 보기도 한다.
길 양 옆에는 솜털같이 부드러운 색감과 푸릇푸릇한 이름 모를 풀꽃들이
질세라 자기 존재를 드러내 뽐내고, 민들레 샛노란 꽃잎이 자기가 제일인 양 꼿꼿한 자태로 아는 체 한다.
예전엔 딱딱했던 아스팔트 바닥을 흙과 자갈로 교체해 걷는 내내 편안함과 포근함을 준다. 연애 시절 옛 친구와 걷던 남이섬의 그 길이 잠깐 스쳤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강천산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살갗을 스치는 차가운 바람과 따사로움을 다채롭게 느끼며 입구에 다다른다.
맑은 물, 깊은 계곡, 시원한 물줄기로 내리는 폭포,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광에 저절로 탄성을 지르게 한다.
찬바람에 여리고 순한 꽃잎은 숨을 죽이며 고개를 떨구고 배롱나무의 붉은 꽃망울은 눈부시게 우아한 모습으로 우리를 유혹했다. 가던 길 되돌아와 여러 컷 사진에 담는다.
힘차게 떨어지는 40미터 높이의 병풍폭포와 소담스런 강천사(절)을 지나 200미터 끝이 보이지 않은 계단이 지그재그 모양으로 겁을 준다. 올라가야 하나? 망설임도 잠시…(에라 모르겠당!) 용감하게 발을 디딘다.
쉬엄쉬엄 한참을 올라가 밑을 내려다보니 강천산 주황색 구름다리가 길게 뻗어
올 테면 와보라고 손짓한다. 바닥에 숭숭 뚫어 놓은 구멍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깊은 낭떠러지에 현기증이 나고 공포감마저 들어 멀리 숨죽이며 앞만 보고 끝까지 가보고 왔다. 내려오는 200미터의 계단은 개 고생하며 무사히 내려왔다.
하루 25,227보 걷는 여행 70이 넘은 나이다 보니 다리와 무릎이 예사롭지 않았다. 이른 아침에 출발해 오후 9시가 조금 넘어 집에 도착했다.
처음 타본 비싼SRT! 대전 평택 천안 등 에서 출퇴근 하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구나! “교통비 많이 들겠다”란 멋쩍은 생각도.
하루 잠깐 사이에 아주 먼 전라남도 여행이라니! 고속이지만 편안하고 조용한 SRT의 위력을 새삼 느낀다.
비록 몸은 파 김치가 되었지만 마음만은 젊은 시절의 감성 그대로 힐링하고 돌아온 여행이었다.
2025.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