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김세은
얼굴을 땅 바닥에 묻고 흐느끼는 그의 모습에 오래 시선이 머물렀다.
오늘 아침 TV 화면 속에서 로리 맥킬로이가 친 공이 홀 컵에 빨려 들어가
우승을 확정 짓는 순간, 얼굴을 땅에 묻은 채 한동안 어깨를 들썩이며
터져 나온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그의 몸짓은 이번 마스터즈 우승이 얼마나 간절했는지를 여실히 보여 주었다.
아내와 딸, 여러 지인들과 포옹하는 장면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 해온다.
얼마나 많은 좌절의 순간이, 묵묵히 감내 해온 지난날의 시간과 노력이 마침내 결실을 맺는 찰나의 감정이 화면을 통해 고스란히 내게도 전해졌다.
11번째 도전에서 꿈에 그리던 첫 마스터스 우승이다. 유독 이 대회와의 인연이 없었던 그였기에 우승과정은 극적이었고 이번 라운드에서 더블보기를 무수히 기록하고 있는 등 우승을 결정하는 순간까지 예측 불허였다.
TV 시청한 전세계 골프 팬들 모두에게 길이 기억 될 역사적 순간이었다.
무서운 저력으로 달리는 저스틴로즈 와의 연장전까지 갔던 대회였기에
숨을 죽이며 볼 수 있었다.
1935년을 시작으로 5번째 그랜드 슬래머는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 그 이후 25년만에 6번째 그랜드 슬래머가 된 맥킬로이의 ‘커리어 그랜드 슬램’ 대관식도 동시에 진행되었다. 그린 자켓을 입을 때의 감동과 그린 자켓을 단체로 입고 참관하는 시상식 장면도 매우 인상적이고 감동 그 자체였다.
이번 대회에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를 볼 수 없었던 점은 많이 아쉬웠다.
4대 메이저는 마스터스 토너먼트 , US 오픈, PGA 챔피언쉽, 디 오픈 4개 대회를 말한다. 한국 남자 선수들의 대관식장면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한국 여자선수로는 2015년에 박인비가 달성했다.
스포츠, 드라마, 영화, 책 속에서 감동적인 장면에서 눈물을 흘려 본적 많죠?
요즘 인기 있는 드라마 주인공들의 파란만장한 지난한 삶을 제주 말 한마디로
울림을 준 “폭삭 속았수다” 와 다시 읽어도 전쟁보다 이별의 아픔이 진한 감동으로 남은 소설(나에게는) “삼국지”에 폭 빠졌다.
극 중에서 어린 아들을 잃어 비 쏟아지는 땅바닥에 아이를 안고 절규하는 어머니의 모습, 슬픔이 비 오듯 마음속에 스며 들며 감정을 흔들어 놓은 장면들을 기억한다.
태부인이 유비와 결혼하는 딸 손상향(손권의 여동생)의 머리 자르며 이야기하는 모녀의 대화 장면에서, 유비가 돌아와 제갈공명이 서러워 우는 장면,
관우 죽음 후 장비와 유비가 만나는 장면, 유비가 관운장의 초상화를 벽에 붙여 애도하는 모습, 낭중으로 돌아갈 때 장비에게 자기 옷을 걸어 주는 유비의 모습, 관우를 잊지 못해 술잔을 기울이며 슬퍼하는 장비,
그리고 유비와 제갈량의 이별, 눈물을 삼키게 했던 감동의 순간들이었다.
난세의 간웅이라 불리는 조조지만 넓은 포용력과 관우를 약속대로 돌려 보내는 감동적 장면에서 맹덕이 신의를 지키는 면면(面面)도 보았다.
극중에서나 옛 소설 속에서도 기쁨, 슬픔, 소중한 사람들의 이별 장면들은 괜시리 눈물이 흐르고 진한 감동으로 다가선다.
전혀 다른 시공간 속 이야기들이지만 인간의 정과 이별의 아픔은 같은 것 같다.
말도 다 표현 못하는 것들, 참아왔던 슬픔이나 외로움, 기쁨에 벅차 오르는 마음
등이 감동으로 다가올 때 눈물이란 형태로 표현되는 것이 아닐까?
“여러 해 동안 무소식이었던 군자란 꽃이 오랜만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이 또한 감동이다.
감동이란 결국 누군가의 진심이 내 마음에 와 닿는 순간이 아닐까?
2025.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