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로 세상과 소통하다
안개가 짙게 깔린 아침이다.
딱히 무엇이라 형용할 수 없는 묘한 감정이, 아무 이유 없이 울컥 올라온다. 날씨 탓일까?
어제 남긴 댓글에 누군가 반응했을까? 궁금한 마음에 무심코 휴대폰을 들어 유튜브를 연다.
“다른 사용자가 다음 댓글에 “좋아요”를 표시했습니다.”
숫자 289가 함께 뜬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같은 감정을 느꼈다는 사실이 놀랍고 반갑다. 마치 응원의 메시지를 받은 듯 따뜻해진다.
나는 오늘도, 마음속에 담아 둔 이야기를 댓글로 토해낸다.
세상을 향한 조용한 분노의 손짓, 손끝에 마음을 담아 꾹꾹 눌러 쓰는 글들.
아주 정중하게, 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게.~~~
댓글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공감하며 내 안에 품고 있던 생각들을 나눈다.
어떤 것이 진실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우리 사회의 단면이 댓글 속에 드러나기도 하고, 그 흐름을 통해 세상 돌아가는 분위기를 어렴풋이 읽어 보기도 한다
댓글은 한 사람의 사유와 정서가 응축된 글이다.
감동을 주기도 하고, 때론 불편함을 주기도 한다.
내 안에 숨어 있는, 놓치고 싶지 않은 찰나의 감정과 가슴 벅찬 감동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댓글을 쓴다.
가끔은 “Shorts” 영상 속 아이들의 천진한 표정과 웃음에 전율을 느낀다.
그들의 까르르 웃는 모습을 보다 보면 잔잔한 위로와 평온한 마음을 갖게 해준다.
나도 모르게 미소 짓게 하고 “좋아요” 꾹꾹 누른다.
며칠 전, 공치다가 무리했는지 옆구리가 “삐끗’해서
급히 마취통증과를 찾았다. “X-ray 찍고 오세요.”
결과는 측만증, 협착증, 디스크 증상도 보인다며 곧바로 주사실로 가서 움직이지 말라며 신경주사 여섯 대를 맞았다.“
“지금껏 통증은 없었어요.”했더니
“ 이제부터 아플 나이에요”한다.
무표정한 의사의 말, 의사가 맞나 싶다. 자비심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걱정이 되어 얼마 전 디스크 수술을 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친구는 손흥민도 한다는 허리 강화 운동 사이트를 알려주었다.
‘신전 동작’, ‘까치발 들기’.
생소하지만 따라 하다 보니 뭔가 몸이 반응하는 느낌이다.
바른 자세, 마치 거만하게 걷는 듯한 당당한 걸음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는다.
댓글로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라며 고마움을 전한다.
나는 댓글로 질문도 던진다.
“훌라후프를 몇 년째 아침마다 하고 있는데 허리에 무리는 없을까요? 골프는 계속 해도 될까요?”
곧이어 친절한 피드백이 돌아온다.
“골프처럼 한쪽 방향으로 하는 운동은 무리가 될 수 있으니, 주치의와 상담 후 운동하시길 권합니다.”
댓글 하나로도 누군가의 따뜻한 위로와 힘이 된다.
즐겨보는 TV 프로그램 ‘현역 가왕전’이나 ‘미스터트롯3’에서는 좋아하는 가수를 응원하며 하루 한 번씩 투표하고 댓글을 남긴다.
“우승을 기원합니다”, “최고예요!”, “파이팅!”
누군가의 한마디가, 한 사람에게 큰 용기와 희망이 되어줄 수 있다.
숏트랙 김길리 선수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아들딸들이 보여주는 압도적인 경기력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 짜릿한 순간의 감동을 댓글로 전한다.
“당신들이 자랑스럽습니다!”
요즘은 사극 <원경>을 즐겨 본다.
‘원경황후’ 역의 배우 차주영, 그 강렬한 카리스마에 매료되어 “연기 쩝니다, 원경황후!”라는 진심 어린 댓글을 남겼다.
“좋아요”가 쏟아졌다.
그런데 나중에야 알았다. 그 배우가 <더 글로리>에서 ‘혜정’이라는 악역을 맡았던 배우라는 걸.
알았다면 “재수 없다”고 욕하며 봤을지도.
배역 하나가 인식과 감정까지 좌우하는 현실이라니!
댓글은 나에게 지적 욕구를 채워주는 창구이기도 하다.
오디오북, 책 소개, 건강상식, 집밥 요리 등…
유익한 콘텐츠를 보며 댓글로 고마움을 전하고, 궁금한 점은 질문을 남긴다.
요리를 따라 만들고도 혼자 배운 척 시치미 떼는 재미도 은근히 있다.
물론, 댓글은 때때로 분노의 배설창구가 되기도 한다.
거친 말과 악플, 증오와 편견이 도사리는 공간.
그래서 나는 바란다.
댓글이 응원의 말, 따뜻한 공감, 선한 영향력으로 채워지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이 무지막지한 세상 속에서, 댓글은 세상과 진심으로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되어주기도 한다.
오늘도 나는, 새로운 지식과 작은 기쁨을 댓글을 통해 얻어 온다.
그리고 다시 건강한 댓글로 화답한다.
밝은 내일을 꿈꾸며….
2025.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