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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른날의 “친구”를 생각하다

by 김세은


새벽에 스르륵 눈이 떠진다. 시계를 보니 다섯 시가 막 지나고 있다.

다시 잠들긴 틀린 것 같아 익숙한 새벽의 루틴을 꺼내든다. 눈을 감고 귀로 책을 듣거나, 삶의 애환이 담긴 토크쇼를 들으며, 또는 반복 재생해둔 음악을 들으며 시작한다.

누워 즐기는 새벽 노동이다.


오늘은 유튜브에서 친구 이야기를 듣다가 감동적인 장면에 마음이 끌렸다. 자연스럽게 ‘공유’ 버튼을 눌러 그 영상을 친구에게 전송한다.

그 친구는 나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언제나 의연하고 침착하며 지혜롭다.

좋은 것을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싶다는 마음, 그 자체가 이미 행복인 것 같다.


가만히 누워 불현듯 ‘친구란 무엇일까?’ 생각한다

웃긴 이야기를 들으면 제일 먼저 함께 웃고 싶고,

김치가 알맞게 익어 맛있으면 주고픈 맘 생기게 하고,

마음 한 켠을 불편하게 했던 이야기를 솔직히 털어놓고도

괜히 말했나 후회하지 않게 해주는 사람.

몇 년간 연락이 없다가도 막상 만나면 어제 본 것처럼 전혀 어색하지 않은,

그런 사람이 바로 ‘친구’가 아닐까.


항상 웃으며 대해도 왠지 정이 안 가는 선배가 있는가 하면,

멀게 느껴졌던 후배에게 뜻밖의 정을 느끼기도 한다.

친한 사람 여럿 있어도 속 깊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는 그리 많지 않다.


언젠가, 별것도 아닌 근종으로 입원했을 때

곁에서 내 손을 꼭 잡고 눈시울을 붉히던 그 친구.

그 손의 온기와 따뜻함은 지금 이 순간에도 내 마음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우리는 살아가며, 학교나 직장, 취미생활 같은 매개를 통해 많은 친구들을 만난다.

지역이 같다는 이유로, 비슷한 직업적 환경으로, 비슷한 시기에 인생을 살아간다는 이유로 친구가 되곤 한다.


나의 경우, 30여 년을 함께 일했던 직장 동료이자 선후배 사이인 친구들이 많다.

지금도 매월 모임을 이어가고 있고, 식당 예약이 쉽지 않을 만큼 모이는 인원이 많을 때도 있다.

정말 보기 드문 귀한 인연이고, 내게는 소중한 자산이다.


“여고 동창생”이라는 말만 들어도 여고 시절의 아련한 젊은 날이 떠오른다.

중학교 1학년 예술제 때 소고춤을 추다 실수했던 이야기를 여전히 놀리며 웃는 친구들.

비슷한 성향, 전직 공무원과 교사라는 공통분모 속에서 자연스레 끌리는 4인방.

이제는 칠순이 넘었지만, 여전히 순수하고 편안한 우리 ‘찐 친구’들이다.


20여 년을 함께 테니스를 즐기던 다양한 성향의 친구들.

지금은 나이가 들어 골프로 전향했지만,

특별한 날에 번개 모임을 하거나 계절에 맞춰 필드에서 만나는 일도

설렘과 기쁨을 안겨준다.


요즘은 수필 반 교수님과 글쓰기 그룹에서,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며 하루하루의 즐거움을 누린다.


우리들의 삶 속에서 친구란 어떤 존재일까?

“진정한 친구란 온 세상 사람이 다 내 곁을 떠났을 때,

나를 찾아오는 그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당신들의 친구는 어떤가요?


이 넓은 세상에서

수많은 사람들 중에 좋은 친구들을 만난 건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함께했던 시간들이 봄날처럼 온화하고 따뜻하게 기억되기를,

그리고 나도 그런 친구로 남고 싶다.


창 너머로 바라본 오늘의 풍경이 유난히 푸르다.


2024.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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