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처럼, 너도 그렇다
누구나 좋아하고 익히 알고 있는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
며칠 전, 맑고 따뜻한 날씨에 점심도 먹을 겸 집 근처 기흥호수를 걸었다. 오랜만에 친정엄마, 여동생 부부와 함께한 산책이었다. 엄마와 팔짱을 끼고 걷다 보니 길 양 옆으로 봄을 품은 들꽃들이 고개를 내밀며 ‘나 좀 봐줘’ 하고 손짓하는 듯했다. 봄기운이 완연하게 스며든 하루였다.
한참을 걷다가 이름 모를 조그만 보랏빛 꽃잎 앞에 멈춰 섰다. 눈길을 끄는 화려함도, 향기를 내는 것도 아니었다. 그 작은 꽃이 문득 「풀꽃」이라는 시를 떠올리게 한다. 시를 처음 읽었을 때의 그 따스한 울림이 다시금 의미를 불러온다.
풀꽃 1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 시는 나태주 시인이 초등학교 교장 재직 시절, 학생들을 떠올리며 쓴 작품이라고 한다. 밝고 사랑스러운 아이가 아닌, 오히려 말썽을 부리고 미운 구석이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쓴 시라고 들었다. 단 24자의 짧은 시지만, 그 안에 담긴
뜻은 깊고 넓다.
2002년 발표된 이후, 「풀꽃」은 교보문고 광화문 글 판 공모에서 대중의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시로 선정되었고, 공주시에는 ‘풀꽃 문학관’이 세워지기도 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이 구절은 내게 사람과 삶을대하는 태도에 대해 되묻는다. 처음에는 그다지 친근 느껴지지 않았던 친구들, 낯설게만 여겨졌던 누군가도 시간이 흐르고 마음을 기울이다 보면 그 사람의 진가를 알아 볼 수 있었다. 우리 주변의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들, 또는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는 것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마지막 구절 “너도 그렇다”는 짧은 외침 속에 따뜻한 위로와 존중이 담겨 있다. “너도 귀한 존재야.” 누구도 하찮지 않고, 저마다 소중한 삶의 이유가 있음을
잊지 않게 해 준다.
때때로 우리는 너무 빠르게 판단하고 너무 쉽게 스쳐 지나간다.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오래 바라보는 마음, 그 속에 사랑이 깃들지 않을까?
짧고 쉬운 소박한 시지만, 그 안에는 사랑과 위로, 깊은 성찰이 가득 담겨 있다.
풀꽃처럼, 시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이고 싶다.
아름다운 시와 책을 벗삼아 마음의 풍요를 채우며 살아가고 싶다.
2024. 3.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