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온 환경이 한 사람의 삶을 얼마나 지배할까?
유명 강사들의 토크 콘서트를 듣다 보면, 어린 시절의 말 못 할 사연들이 왜 그리 많은지 정말 놀라웠다.
부모의 도박으로 전 재산을 잃거나,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폭력, 배우자의 외도로 파탄 난 가정. 드라마나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삶에서 겪어야 했던 그들의 아픈 상처다.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엔 벅찼던 그 경험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아물지 않는 상처로 남고, 트라우마가 되어 평생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을 우리는 자주 본다.
늘 웃으며 강단에 서는 강사님조차도 밝은 겉모습 이면에 감춰진 고통의 조각들을 꺼내 보이며, 스스로를 치유하려 애쓰는 모습에서 나는 많은 것을 느낀다.
어느 유명 연예인이 한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그토록 어렵게 쌓아 올린 명성을 무너뜨리는 모습을 보며, 문득 생각했다. 그 역시 불우한 성장 환경 속에서 다 치유되지 못한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온 건 아니었을까. 한때 그를 진심으로 응원했던 팬으로서,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이 컸다.
그런 생각이 떠오르던 어느 날, 매년 화사하게 피던 군자란이 한 송이도 피지 않았다. 무심히 지나치다 잎 사이를 들춰보니, 힘겹게 올라오다 잎에 눌려 피지 못한 채 까맣게 삭아버린 꽃봉오리가 눈에 들어왔다.
물만 주고 무심했던 내 마음에 “어떻하지? 순간 마음이 짠하다.
그날, 영양제를 꽂아주고 흙을 가볍게 손질해주었더니, 며칠 뒤 말라버린 여러 꽃잎 사이로 조심스레 한 송이 주홍빛 꽃잎이 올라왔다. 너무 사랑스러워 나도 모르게 “고마워” 하고 답해주었다. 식물조차 햇볕과 물만큼이나 사람의 관심, 발자국 소리만큼 자란다지 않는가!
진흙 속에서도 연꽃은 핀다. 그렇기에 역경을 이겨내고 훌륭한 인품으로 성장한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어린 시절의 상처에 갇혀 살아가는 이들도 결코 적지 않다. 때로는 의지나 노력만으로는 넘을 수 없는 상처도 있지 않을까?
우리 가정도 결코 풍족하진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보증으로 진 빚 탓에 오랜 시간 마음 고생이 많았다. 하지만 부모님은 그 어려움 속에서도 서로 다독이고 격려하며 아이들 앞에서는 다투지 않으셨다.
물려줄 재산이 없다고 매일 미안해하는 엄마. 직원들 월급 때문에 사업 자금이 필요하다는 막내아들의 부탁을 외면하지 못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결국 경매로 전 재산을 잃은 부모님.
정작 부모님이 우리에게 남겨주신 건 ‘돈’이 아니라 ‘사랑’과 ‘신뢰’였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가족신문을 만들어 서로를 축하하고 격려하며, 가족사랑과 화목함을 알게 해주셨다.
빚에 시달리면서도 끝까지 가정을 지켜주신 부모님 덕분에, 우리 형제들은 단 한 명도 어긋나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지금도 마음만은 누구보다 따뜻하다.
어릴 적 불우하게 자란 환경 탓에 심한 내적 갈등으로 힘들게 살아가는 모습을 접하면서,
가정이란 아이들이 보살핌과 사랑으로 커 갈 수 있도록 정서적 안정과 좋은 안식처로 만들어 주는, 그것이 바로 책임 있는 부모의 역할 아닐까.
심리적 상처가 삶을 피폐하게 만들지 않도록, 어른들이 먼저 사랑과 관심으로 보듬어줄 때, 이 사회도 조금씩 따뜻해지지 않을까.
우연히 알게 된 고님의 삶 속에서도 실천하는 사랑과 돌봄을 느꼈다.
진심으로 존경과 박수를 보낸다.
2024.09.10